제목 | (432) 말이 쏟아졌다 / 김마리아제수이나 수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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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정자 | 작성일2008-05-28 | 조회수766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말이 쏟아졌다
글 : 김마리아제수이나
(스승예수의 제자 수녀회 수녀)
어느 책에서 이런 대목을 읽은 적이 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바구니마다 빵 한 조각과 물고기 한 토막씩을 주면서
군중에게 나눠주라고 하셨다.
바구니를 받은 제자들은 자신의 믿음의 정도에 따라 바구니들을 확인한다.
어떤 이는 개수를 헤아리고,
어떤 이는 걱정을 하고,
어떤 이는 차라리 자신이 가진 돈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어린아이 하나가 예수님의 말씀에 단 하나의 의심도 없이 군중에게 빵과 물고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제야 제자들도 그 어린아이를 따라 군중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래서 오천 명이 먹고 남는 기적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내뜻이 아니라 주님의 능력에 믿음을 갖고
심부름꾼 노릇을 충실히 할 때,
평범한 일상 안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의 숨은 기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녀원에 입회하여 10여 년 동안 수녀원 울타리 안에서만 지냈고,
바느질 소임밖에 한 적이 없는 내가 처음 성체조배회의 소임을 받았을 때,
빵 바구니를 바라보며 걱정하던 제자처럼 큰 부담감에 짓눌렸다.
소임을 피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나에겐 내가 졸라댈 분이 있었다.
매일 저녁 늦게 성체 앞에 나아가
"주님, 저는 남에게 나누어 줄 만큼 특별히 배운 것도 없잖아요.
예수님이 책임지세요.
매일 성체조배실에 올 테니 가르쳐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예수님이 나 대신 강의하시는 것을 상상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나는 예수님에 대한 지식이나 말, 정보를 전해주려고 애를 쓰는데.... .
강의를 할 때마다 늘 그런 주님을 기억하면서 평범한 말들 속에 사랑을 실어 보내면,
듣는 사람마다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고,
감동받는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빈 항아리 같은 마음에서,
항상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빵 다섯 개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님! 전지전능하신 주님이 정말 필요하신 것은 제 능력이 아니라,
제가 가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을 줄 아는 믿음과 인내였군요.
제가 당신께 '예' 하고 응답하면, 주님은 저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모든 이의 영혼을
배불리 채울 수 있음을 이제야 압니다.
삶을 내놓은 사제들이 있어 매일 미사 안에서 당신은 제물로 봉헌되고,
봉헌된 제물은 당신의 몸이 되어 수많은 영혼들을 먹이고도 남는 나눔의 신비를
이제야 알아듣습니다.
'네가 하늘로 오를 수 없기에 내가 네 곁에 내려온다.' 는 그 은밀한 가르침이
성체성사를 두고 한 말씀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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