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배우는 자세 ....... [김상조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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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광자 | 작성일2008-05-28 | 조회수584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다니면서 예수님이 특별한 힘과 능력을 가지신 걸 보았고
그런 능력 때문에 자기들도 그 능력의 일부나 거기서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얻게 되길 희망했다. 그래서 주님, 주님의 나라가 오면 하나는 왼편에 하나는 오른편에 앉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탁하였다. 예수님께서 “너희도 내가 마실 잔을 마실 수 있겠느냐?
내가 받을 세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기꺼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분이 마실 잔은 고급 술잔일 거라 생각했고, 그분이 받을 세례라면 아마도 위대한 왕이 되기 위해 얼마간 단련 받아야 될 어떤 고된 훈련 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예수님이 마실 잔은 피의 잔이었고 당할 고난은 죽음이었다.
예수님은 그런 피의 잔과 죽음의 세례를 이겨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스스로 자기를 낮추는 것이라고 가르치신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 훌륭한 사도들도 처음에는 이렇게 세상 욕심에 가득찬 사람들이었다. 서로 누가 더 높은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다투고 오늘처럼 예수님께 높은 자리 달라고 청탁이나 드리는 소인배?들이었다. 그런 제자들이 나중에는 예수님처럼 피의 잔을 마시고 죽음의 세례를 받게 되었으니 모두가 그분의 가르침 덕분이다. 어릴 때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는 배우기 어렵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이니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둔다. 그런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어리석은 두 제자가 청탁해올 때 예수님의 마음은 얼마나 실망이 크셨을까 싶다.
그런데도 그 실망스런 마음을 감추고 제자들을 가르칠 좋은 기회로 만드신다. 따끔한 충고를 내리신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베드로는 이보다 더 심한 꾸중을 듣기도 했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인이 된 사람이 가르침을 듣기는 매우 어렵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사실 더 어려운 이유는 자기 스스로 배울 마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를 낮추지 못하는 것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위로 올라가거나 물이 위로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산천초목이 모두 말라버릴 것이다. 빛이 위에서 비춘다고 하지만 빛도 내리비추는 것이다. 과일이며 곡식도 위로 자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 뿌리가 아래로 향해 있다. 이렇게 남을 살리는 것은 모두 자기를 아래로 내리고 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오늘 예수님은 그것을 말씀하고 계신다. “그들은 사람의 아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나서 죽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당신처럼 죽는 사람은 다시 살아날 것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씀이다.
누구나 죽게 되지만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바치는” 죽음, 다시 말해서 지는 사람이 되고,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면 그것을 되돌려 받는다는 뜻이다. 우리 몸도 결국에는 땅에 묻혀서 흙이 되고 만다.
그렇게 흙이 된 몸이 다시 살아난다고 하니 예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자기 욕심을 조금씩만 버리고, 무엇이든지 배우는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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