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눈먼 거지는 참 신앙인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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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8-05-29 | 조회수672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눈먼 거지는 참 신앙인이었습니다> ... 윤경재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치기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다.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마르 10,46-52)
네 복음서에 모두 나오는 태생 소경을 고쳐주시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마르코 복음서에서만 그의 실명이 실려 있습니다. 이름이 불린 것은 그가 구체적 인물이며 그의 행동이 본받을 만하기에 적은 것입니다. 그 이름이 깊은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당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 했습니다. 하느님께 큰 죄를 지어 그렇게 되었다고 여겨졌습니다. 요한복음서 9,2 절에는 “스승님, 누가 죄를 지었기에 저이가 눈먼 사람으로 태어났습니까? 저 사람입니까, 그의 부모입니까?”라고 제자들이 묻기까지 합니다. 죄 때문에 장애우로 태어났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는 질문입니다.
마르코 저자는 이 대목을 아주 의미 있게 배치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세 번씩이나 수난을 예고하시며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데 제자들은 스승님의 깊은 뜻을 모른 채 높은 자리에 앉을 것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르티메오는 육신의 눈이 멀어 예수님 모습을 볼 수 없었어도, “다윗의 자손 예수님”이라고 외쳤으며 “스승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수님의 신원을 제자들보다 더 뚜렷하게 볼 줄 알았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이 만류하는데도 그를 부르십니다. 그 사람됨을 잘 아셨기에 부르신 것입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하시는 칭찬 중에 으뜸은 바로 그의 믿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거룩한 변모를 보여 주신 후에 산에서 내려오셔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라고 탄식하신 것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처럼 믿음이 부족했던 당시에 소경 바르티메오는 굳은 믿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치유를 받고 나서 자기의 길을 간 것이 아닙니다.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라고 써있습니다. 이런 대목은 복음서에서 제자 누구에게도 적용되지 않은 말입니다. 말 대로 예수님의 예루살렘 수난의 길에 동참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는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동참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 수난과 부활 사건에 산 증인으로서 나머지 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은 모두 한 가지 이상씩 장애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온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감추며 살 뿐입니다. 비록 육신은 멀쩡하더라도 이유 없는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아니면 지나친 교만에 싸여 삽니다. 사실은 이런 점이 더 큰 장애인데 그것을 올바로 바라보기 더 어렵습니다. 영적 소경이라는 표현이 바로 자신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바르티메오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예수님께 다가갔습니다. 여기서 겉옷은 여러 가지 상징이 담겼습니다. 그 당시 겉옷은 단순히 외투가 아닙니다. 밤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이불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걸인에게는 생명과 같은 것입니다. 또 겉옷은 개인의 신분을 상징합니다. 히브리인들은 모두 겉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자기 신분을 나타내는 옷을 입었습니다. 집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겉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다만 종만이 겉옷을 입을 수 없었습니다.
바르티메오가 겉옷을 벗어던진 행위는 바로 자기의 모든 구태를 벗어던졌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그는 새 옷을 입기위해 헌 옷을 용감하게 벗어 버린 것입니다.
우리도 바르티메오처럼 자신이 온전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고 온전히 치유받기를 원한다면 누가 뭐라 하더라도 용감히 주님께 나가는 믿음을 보여야합니다. 그때 우리가 입고 있던 구태의 겉옷을 벗어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거기다 자기의 길을 버리고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따라 나설 줄 알아야합니다.
Bach / Albert Schweitzer, 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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