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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2일 연중 제9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01 조회수864 추천수20 반대(0) 신고
 

6월 2일 연중 제9주간 월요일 - 마르코12,1-12


“저 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자”


<여러분 자신에게 감사하십시오.>


   한 ‘소박한’ 강좌를 마무리 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다시금 그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고통덩어리’ 하나씩 지고 가게 될 ‘착해빠진’ 분들이었기에 제가 격려차 그랬습니다.


   “여러분들,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여러분들은 다들 어여쁜 한 송이 꽃들이십니다. 한분 한 분 얼굴이 제겐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지난 세월이 어찌되었던 간에 이제 가슴을 활짝 펴십시오. 자신감으로 충만하십시오. 여러분들은 가능성으로만 똘똘 뭉쳐진 ‘희망덩어리’들이십니다. 여러분들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입니다. 별 들 중에서도 크게 빛나는 왕별들이십니다. 부디 여러분 자신에게 감사하십시오. 오랜만에 여러분 자신에게 깊은 고마움의 인사를 하십시오.


   제가 여러분들 보기에도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하느님께서 보신다면 얼마나 더 사랑스럽겠습니까? 그분께 여러분 한분 한분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입니다.”


   제 덕담 응수라도 하듯이 어떤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이제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좀 더 잘 보살피며 살겠습니다. 좀 더 행복하게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정겨운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나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사랑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데,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 데, 과연 누가 나를 챙겨줄 것인가? 너무도 오랜 세월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나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었구나. 나를 너무도 차가운 시선으로 대해왔구나, 지나치게 학대했었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다시금 꿈꿉니다. 과장되게 겉꾸미지 않고, 잔뜩 포장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거추장스럽게 걸치고 있던 가식의 겉옷을 이제 그만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께서 거듭 보내시는 사랑의 신호를 끝까지 거부하는 완고한 유다인들의 모습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계속 온몸으로 보내시는 사랑의 표현을 끝끝내 거절하고 냉랭하게 돌아서는 유다인들의 모습에 예수님의 마음은 그야말로 찢어질 듯 아프셨을 것입니다.


   그들이 저지른 실수 가운데 큰 실수 하나는 하느님을 너무 무서운 존재로 규정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예수님처럼 온유하고 너그럽고 자비로운 분은 그들에게 하느님으로서의 자격이 없었습니다.


   끝끝내 이 땅에 오신 사랑의 하느님을 거부하고 죽음의 길을 걸어가는 유다인들을 바라보며 그 원인이 무엇이겠는가, 생각해봅니다.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탓도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위치, 처지,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탓이 클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며,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다보니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자신들의 관계 설정에도 문제가 발생했겠지요.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꾸미지 않는 것입니다. 과대포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하느님께서도 나를 사랑하시리라 저는 믿습니다.


   오랜 세월, 갖은 역경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와 준 나 자신에게 감사하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때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고, 때로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픈 삶이라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그 자체로 우리는 하느님 앞에는 너무나 존귀합니다. 소중합니다. 사랑스럽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00번 / 열절하신 주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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