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부모님 지갑에서 돈을 슬쩍(?)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부뚜막 위 찬장 구석에 숨겨져 있는 어머니의 돈 깡통에 몇 번 손을 넣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10원짜리로 시작했다. 그 돈으로 번데기·쫀드기·뽑기 등 노상의 불량식품을 맛있게 사먹었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 들키지 않으니, 그다음에는 액수가 올라갔다.
50원짜리를 건드린 것이다. 10원짜리로는 엄두도 못 낼 고급 주전부리를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이었다. 50원짜리를 성공하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드디어 100원짜리에 도전하는 간 큰 행동을 감행한 것이다. 그전부터 문방구에서 눈여겨 두었던 장난감 권총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 그날, 난 장난감 권총을 손에 들고 온 세상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장난감 권총을 들고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근처 이모님 댁으로 피신을 했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마침 어머니께서 이모님 댁에 계신 것이 아닌가? 결국 꼬리가 잡혔고, 정신이 번쩍 들고 눈물이 쏙 빠지도록 어머니의 회초리 맛을 본 다음 내 인생의 도둑질(?)은 막을 내렸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포도밭 소작인들의 모습을 보니 어렸을 적 치기 어린 도둑질이 생각났다. 점점 더 커지는 욕심과 점점 더 무뎌지는 양심의 가책이 핵심이다. 포도밭을 점령한 소작인들은 주인이 보낸 첫 번째 종을 매질 정도로 끝냈다. 두 번째 종에게는 머리를 쳐 상처를 입히고 모욕을 하더니, 세 번째 종은 아예 죽여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의 아들이 오니까 이번에는 그 아들을 죽이고 포도밭을 통째로 차지하려고 했다.
‘인당유치(人當有恥)’라 했다. 사람은 마땅히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그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려버리고 더욱 큰 잘못을 저지르게 한다. 작은 잘못에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나중에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는’`이치다. 요즘 세상은 잘못한 사람이 더 큰 소리치는 시대인 것 같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작은 잘못이라도 먼저 부끄러운 줄 아는 기본을 지킨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조용상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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