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가이들이 예수께 짐짓 아는 척하는 질문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가 오늘 복음에 등장한다. 당시 사두가이들 대부분이 귀족이거나 사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희가 성경도 모르고 하느님의 능력도 모르니까’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핀잔은 그들에게는 치욕적인 대답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대표격인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이 번번이 예수님께 KO패 당하는 것을 보다 못한 사두가이들은 머리를 싸매고 예수님을 꼼짝 못하게 할 질문을 만들어 온 것인데 말이다. 사실 사두가이들이 질문한 내용을 보면 아무리 수혼법을 철저히 지키는 유다인에게조차 현실성이 없는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들에게 대답하시면서 부활 이후의 모습에 대해 언급하시는데, 부활을 희망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귀가 솔깃해지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 그런데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사실 우리의 감정은 어떠한가? 천사들과 같아진다는 말은 매우 흥미롭게 들리지만,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다는 말은 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이중성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천사들과 같이 순수한 영적 존재가 되어 인간으로서 가지는 한계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세속적인 재미와 쾌락 역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그 두 가지를 모두 차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마치 하느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죽음 이후의 부활을 갈망하는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가 ‘정말 나는 천사와 같은 삶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까?’`하고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조용상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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