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왔다. 이 율법학자는 부활 이후의 삶에 대해 사두가이들과 논쟁을 벌인 예수님의 답변을 듣고, 부활에 관해 사두가이들과 대립각을 세우던 바리사이의 한 사람으로서 예수님을 자기네 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예수님께 계명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곧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계명에 관해 자기네 바리사이들과 같은 견해를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결과는 율법학자에게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에게 꼬리표를 하나 달아주셨다. 그것은 “너는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언뜻 칭찬처럼 들린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말속에 뼈가 있다. 예수님은 어떤 의중으로 이 말씀을 하신 걸까?
예수님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 23,3) 그렇다. 율법학자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배운 것이 많아 슬기롭게 대답할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늘나라 근처에는 갔지만, 하늘나라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그에게`‘너는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고 하신 말씀의 속뜻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요즘 교우들은 열심히 배우러 다닌다. 성경학교, 신앙강좌, 어려운 신학 세미나까지…. 참 보기 좋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학자처럼, 많이 배우고 알아서 하늘나라 근처에는 갔지만 배워 안 것을 실행하지 못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조용상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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