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
(마태 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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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 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성당 들머리나 마당 또는 가톨릭 회관 쪽에 터줏대감처럼 계신 자매님들이 있다. 이분들은 정신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분들이다. 이분들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중 몇 분이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좋게 생각하면 불쌍하고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기 싫어하고 귀찮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중에 한 분은 좀 다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가톨릭 회관 주차장에 있는 성모상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는 자매님인데, 그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구걸을 하는 것도 아니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돈을 달라거나 시끄럽게 하는 일도 없다.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잘 드는 곳에 앉거나 서서 성모님만 바라보고 있다. 도시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끼니를 채우기 위해 드시는 빵이나 과자도 비둘기에게 나누어 준다. 처음에는 나도 그분의 모습을 그냥 비정상적인 행동으로만 치부했는데, 3년이 다 되도록 변함없는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어쩌면 저분이야말로 참 행복한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세상 걱정과 자신의 욕망과 싸우느라 정신없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정상인’의 눈에는 그분의 모습이 불쌍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불쌍한 사람은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또 그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는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말씀을 마음에 다시 한 번 새겨볼 일이다.
조용상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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