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미친 사람이 있다. 그분은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난다. 길에 나설 때는 눈썹조차 떼어놓고 싶다고 한다. 여행 중에는 지니고 있는 물건이 짐스럽다. 그래서 여행길엔 가진 것을 나누게 된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다시 치졸할 정도로 내 것을 움켜쥐고 쌓아두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하다. 그런데 이런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아름다운 글을 본 적이 있다.
“저도 무언가 드리고 싶은데 별로 가진 것이 없습니다. 무얼 내놓을까 궁리하다가 가장 쉬운 것을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끔 돈 백만 원이 없어 가슴 졸이며 애태울 때가 있었는데 혹시 급하게 그 정도의 돈이 필요하신 분이 있으면 빌려드리겠습니다. 빌려드리긴 하겠지만 갚으라는 말씀은 한 번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드리는 것이니까요.”
‘주식회사 드림’이라는 카페에 실린 글이다. 자본의 힘으로 움직이는 주식(株式)회사가 아니라, 주님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주식(主式)회사다. ‘드림’을 주제로 삼아, 지금 내게 맡겨진 것을 어떻게 하면 본디 주인에게 잘 돌려드릴 수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고자 하는 회사다. 그저 나누는 모임이다. 책도 나누고 물건도 나누고 돈도 나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댓글 중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의 글이다.
“돌던 돈이 멈추면 그땐 제가 내놓을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속된 우리로서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나의 것이라고는 전혀 없이 떠돌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소유에 대한 꿈조차 꿀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그때가 진정 자유로웠던 것 같다. 아예 ‘내 것은 없다.’는 생각 자체가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누리게 했다.
인생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여행길인 것을….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변화하는 덧없는 것에서 영원한 것을 찾으려 든다. 그러나 이 땅 위에 내 것은 없다. 하느님만이 우리의 주인일 뿐이시다.
박혜원(경남 거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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