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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15 조회수499 추천수8 반대(0) 신고
 
 
 
 
오늘 예수님은 목자가 없어 측은한 군중들을 “수확할 것”으로 보고
그들을 추수할 일꾼들을 청하라고 하신다.
이 말씀을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에 비추어보면
“수확할 것”은 아직 믿음을 갖지 않은 많은 비신자들을 의미하고,
일꾼들은 우리 믿는 신자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일꾼이 부족하다는 말씀은 마땅히 일해야 할 우리 신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는 우리 믿는 사람들조차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
세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느라 하늘나라에 가기 위한 수고가 싫어진 탓일 것이다.
몇 해전, 평생 동안 거리에 버려지는 폐지들을 모아서
자식들을 키워낸 어느 할머니께 병문안 갔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난 요즘 사람들이 돈벌이가 없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길에 나가면 널린 게 돈(폐지들을 뜻한다)인데 말입니다.”
노동현실이 열악하고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등의 이야기는 논외로 하고,
이 할머니 말씀처럼 길에서 휴지줍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생계를 위한 일은 어디든지 있다.
문제는 가까이 있는 그 일을 찾아서 하느냐다.
그렇다면 하늘나라에 가기 위한 수고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하늘나라는 어떤 곳일까?
우선,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가에 대해 예수님은 아주 놀라운 말씀을 하신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이 말씀이 영어성경엔 “The kingdom of heaven is at hand.”라고 번역되어 있다.
“at hand”란 말은 손에 닿을 듯이 가깝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저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질 듯이 가까이 있다는 생생한 표현이다.
그런데도 종종 사람들은 하늘나라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먼 곳에 있고
대단하고 엄청난 일은 해야 만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고 여기면서,
여전히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안일한 삶에 젖어
하늘나라와 멀리하는 자신의 현실을 합리화 시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이는 예수님이 우리 곁에,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으로 옮겨 주신 하늘나라를 스스로 외면하고 멀리 밀쳐 내는 것과 같다.
이렇게 바로 우리 곁에 와 있는 하늘나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증거하기 위해,
예수님은 “병자와 약한 이들을 고쳐주고 마귀들을 쫓아내라”고 하신다.
그것은 어떤 병이든지 낫게 하고 세상의 모든 병을 없애라는 말씀이 아니다.
“병”이라는 세상의 온갖 고통(십자가)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그 속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게 하셨다는 것”(요한 9,3)이 무슨 말씀인지 깨닫는 것이다.
장애가 있어서 불편하지만 우리가 눈이 되고, 발이 되어 그들로 하여금 장애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고쳐주라”고 말씀하셨지만 이는 단순히 “병이 나았다!”라는 결과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수반되는 많은 일들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서 병자에게 손을 얹기만 하면 저절로 병이 낫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든 노력들, 그 속에 포함된 하늘나라에 대한 가치와 열망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엄마 나 배 아파!” 하는 아이에게 “약 먹어!”하고 처방만 내리면 배 아픈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병자와 약한 이들 중에는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도 있다.
세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그 시설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경제적인 논리를 앞세울 것이다.
또한 그들에 대한 봉사도 세상 이목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약한 자와 병든 자를 온전히 그들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이 되어 돌보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그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우리들의 자세일 것이다.
몇 해전, 모두가 잠든 새벽, 아무도 건너는 사람 없는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뀔 때까지 차선을 지킨 운전자를 언론에서 훌륭한 시민이라고 요란스럽게 떠든 적이 있다.
누구나 해야 하는 아주 사소한 일인데 그것이 아주 대단한 일이 된 것이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도 그와 같은 맥락에 있다.
하늘나라는 아주 대단한 일을 해야만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누구든지 해야 할 일을 하면 갈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그것이 힘든 일이 되고 특별한 일이 된 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아마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이 하신 수고를 많은 사람이 다시 해야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 분이 지고 가신 십자가에 동참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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