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메테오라에서 산상 미사를 드린 적이 있다. 우리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나의 삿된 욕망과 집착이 사라지길 바라며 하느님의 위엄과 영광만을 생각했다. 막 미사를 시작하려는데 스테파노 수도원에서 수녀님 두 분이 오셨다. 그리고 가이드에게 뭔가 이야기를 했는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신성한 산, 메테오라에서는 그리스 정교식 미사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리스 정교식이 아닌, 다른 형식의 마지막 산상 미사를 드린 셈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400여 년간 터키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데 수도사들의 역할이 컸던 호국 그리스 정교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왠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 인간 사회는 자기 집단에 대한 사랑은 고취시키면서 외부인한테는 폐쇄적이다. 적개심마저 드러낸다. 그런데 예수님은 가까운 사람이나 먼 사람이나 구별을 없애고 사랑하라고 하신다. 인간적 차원에서는 미워하는 사람에게조차 똑같은 해가 뜨고 비가 내린다는 사실이 용납될 수 없지만,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의 일이고 하느님의 계획이다. 우리는 그것을 믿고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이란 아무리 종교적으로 자신을 승화시키려 노력해도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유한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때론 내가 미워하는 사람조차 하느님 나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이율배반적 감정에 빠지게 하지만, 하늘나라는 우리를 초월하는,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라일 것이다. 또한 그 믿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박혜원(경남 거창고등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