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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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8-06-18 | 조회수877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 마태오 6,1-6.16-18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익명의 천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 노인시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소규모에다가 시골에 위치한 시설이었기에 후원자 찾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월말마다 운영자는 머리를 싸매야했습니다.
어느 월말이었 습니다. 납부해야할 고지서, 지출해야 할 곳은 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쥐꼬리만한 정부보조금은 금방 바닥이 나고, 빚이라도 내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깜짝 놀랄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시설 통장에 당시로서는 ‘거금’에 해당되는 돈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익명으로 보냈기에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누가 보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도 급했던 시설 운영자는 답지한 익명의 후원금으로 우선 급한 불을 모두 껐습니다.
그렇게 급한 불을 끄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는데, 운영의 어려움은 여전히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다시 월말이 다가와 이곳저곳에서 독촉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운영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통장을 확인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액수의 후원금이 도착해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 2년, 5년,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 익명의 천사는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그렇게 생명의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보내왔습니다.
10년이 흐르자, 그 오랜 세월 동안 한결 같이 도와주신 그분이 어떤 분일까 사람들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고마웠기에, 어떻게 해서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완벽하게 추적을 따돌리는 익명의 천사 앞에 다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편법을 써서 그 후원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는데,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된 사람들은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답니다.
그 오랜 세월, 그 많은 후원금을 꼬박꼬박 보내주신 걸 봐서 재벌이나 큰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리라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구조가 건강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이셨습니다.
어린 시절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분이었기에, 그리고 성장하기까지 고마운 분의 은혜를 많이 받은 분이었기에, 그 은혜를 익명의 자선으로 갚기로 결심하고 평생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셨습니다.
너무나 고결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유자였기에 시설운영자는 이런 사실을 세상에 좀 알려야겠다, 이런 분 같으면 상을 받아도 큰 상을 한번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매스컴에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그 익명의 천사는 완고했습니다. 죽어도 취재는 안 된다는 신조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부지기수로 기자들이 찾아갔었지만, 그 때마다 딱지를 맞았습니다.
작은 성취 하나라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까 기를 쓰는 우리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익명의 천사, 그분은 진정 하느님의 천사이십니다.
그분은 복음의 정수를 실천하고 계시는 분, 참 신앙인이십니다.
그분은 열심히 하느님 나라에 보화를 쌓고 계시는 분, 그래서 언젠가 영광스럽게 불멸의 상급을 받으실 분,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분이십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10번 / 나의 생명 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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