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친정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목욕탕에서 대강 몸을 씻고 등을 밀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등, 밀어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내 밀어드릴게. 사양하지 말고 돌아앉으세요.”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 등을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아주 정성스럽게 때를 밀고 비누칠까지 해서
깨끗하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모처럼 등을 밀어 개운함을 느끼며 감사했다.
“아주머니도 씻어드릴게. 돌아앉으시구랴.”
“아니에요. 저는 좀 전에 다 씻었습니다.”
“아이구, 이렇게 고마우실 데가! 아주머니 성함이라도 압시다.
내 생각날 때면 기도라도 해드리게.”
“아이구, 기도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이름은 알아서 뭐하시게요?
그저 복 짓는 일일 뿐인걸요. 이미 받을 건 다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덧붙였다.
“그 사람, 절에 다니는 모양이던데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그저 베푼다는 게 이런 것 아니겠냐. 우리도 그래야 될 텐데….”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가 한 것을 내세우는 본성이 있다. 관성의 법칙처럼 허례와 자기 가식에 빠지곤 한다. 선행을 하면서도 그 선행 안에 들어 있는 자기 오만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하느님 앞에 바로 설 수 있을까?
진정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이 많았으면 좋겠다.
박혜원(경남 거창고등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