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열왕 21,17-29

선량한 나봇의 포도밭을 뺏고

그의 목숨까지 빼앗은 아합 왕과 이제벨.

정의의 하느님이 그런 불의한 이들을 그냥 두실 리가 없다.

주님은 예언자 엘리야를 시켜 아합을 응징하겠다고 선언하신다.

서릿발같이 지엄하신 주님의 말씀을 전해들은 아합은

옷을 찢고 단식을 하고, 풀이 죽어 지냈다.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회개하고 있음이 눈앞에 드러났다.

사실 아합은 처음부터 나봇의 포도원을 뺏을 마음이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땅은, 재산의 일부가 아니라 생존의 터전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각 지파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왕이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이 땅이라는 것을 아합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방인 왕후였던 이제벨은 왕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었다.

그까짓 힘없는 농부의 땅 하나 왕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방인들에게는 국토 전체가 왕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결국 아합은 '자신을 팔면서까지'

왕비 이제벨의 ‘충동질’에 넘어가고 말았다.
 

엘리야는 아합에게 찾아와 주님의 전갈을 전해주면서

"임금님이 자신을 팔면서까지" 악한 짓을 하시기 때문에 찾아왔다고 한다.

아합은 엘리야의 선고를 듣자마자 자신을 되찾았다.

자신을 회복하고 마음을 고쳐먹은(회개한) 아합에게

더 이상 응징하고 나무랄 수 있는 여지는 없어져 버렸다.

“너는 아합이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춘 것을 보았느냐?

그가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었으니,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 "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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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에서 자신을 팔때는 주님의 응징이 내리고

반대로 자신을 회복하고 되찾았을 때, 주님의 용서가 내리시는 것을 본다.

자신을 판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합을 용서하시며 하신 말씀을 보면,

자신을 낮추지 않고 하느님 꼭대기로 올라선 짓이 자신을 파는 행위다.

이스라엘 백성의 참된 왕은 하느님이심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다만 하느님의 대리자일 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라고 우습게 여겨 

마치 자신이 최고의 위치라도 차지한 줄 착각하고

하느님이 원하시지 않는 짓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부터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이 말에다 아합의 "자신을 팔면서까지" 한 짓을 그대로 적용해보자면 ,

백성을 무시하고 백성의 꼭대기에 올라서 내리누르는 짓이 

천심(하느님 마음)을 거스른 짓이 된다.

왕은, 백성의 지도자는 하늘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백성의 소리, 민심을 잘 파악하는 것이 천심을 파악하는 일일 뿐 아니라

자기 위치를 잘 찾고, 자기의 정체성을 잘 지키는 것이다.

솔로몬은 자신이 왕이 된 후에, 기브온에서 기도하기를

바로 이 "듣는 마음"을 청했다.

하늘의 소리를, 백성의 소리를 잘 듣는 마음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솔로몬의 그 지혜로운 청을 갸륵하게 여기고 크게 기뻐하여 청을 들어주셨다.

 과거, 이스라엘에 왕들이 천심, 민심을 잘 듣지 못할 때마다

걸칙한 예언자를 보내 왕의 행실을 바로 잡고, 명쾌한 판결을 내려준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이 난국을 헤쳐나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걸출한 예언자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자신을 팔면서까지"...

개인이 자신을 파는 행위를 해도 그의 생이 빈껍질이 될 터인데,

왕, 지도자가 "자신을 팔면" 어떻게 될까?  온 나라가 빈껍질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신을 팔면서까지"....

오늘 유난히 마음에 남는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