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개신교 신자인 나로서는 천주교의 기도가 참으로 생소했다. 아침기도·삼종기도·저녁기도·묵주기도·향심기도·순례자의 기도…. 이름도 종류도 내용도 참으로 다양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하늘나라를 이루고자 소망했다.
나의 기도를 돌아보았다. 내 기도가 하느님과 내 영혼이 만나서 나누는 축복의 시간이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의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묻고 그분의 자녀로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기도가 아니라, 나의 욕망을 이뤄 달라고 아귀처럼 달라붙어 요구하는 인간적 집착의 표현이었다. 그야말로 이기적이었다.
무한하신 하느님은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신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 아버지한테서 비롯된다. 온갖 사물과 생명이, 이미 아버지를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도를 해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만이며 잘못이다.
더구나 기도 내용이 먹고살기 위한 치졸한 인간적 욕망 안에 갇혀 있다면 그 기도는 기도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리라. 기도는 나의 것을 간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만물의 주인이신 아버지 손에서 그 모든 것을 받고, 또한 아버지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하느님 존재 자체가 이미 우리의 꿈이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그분의 존재감 속에서 충만한 기쁨을 나누는 축복이다.
나의 기도는 언제 주님의 기도처럼 이기주의를 포기한 자유로움과 견고한 믿음에서 나오는 안정감,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충만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까?
박혜원(경남 거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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