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0일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For where your treasure is,
there also will your heart be.
(Mt.6.21)
제1독서 열왕기 하권 11,1-4.9-18.20
복음 마태오 6,19-23
요즘 기름 값이 장난 아니게 오르다보니 자전거 타시는 분들을 길에서 쉽게 뵐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분들을 보면 주로 쫄바지와 헬멧 그리고 장갑을 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바로 이 모습이 저의 자전거 탄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저 역시도 민망하게 보이는 쫄바지 그리고 마치 선수처럼 보이는 헬멧과 장갑을 끼고서 자전거를 타거든요.
이렇게 복장을 갖추고 자전거를 타다가 길에서 서로 만나면 “수고 하십시오. 안녕하세요?” 등의 인사를 한답니다. 또한 잠시 쉬다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금방 친해지지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자전거를 상대방도 타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친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저와 함께 자전거를 타시는 신부님께서는 처음에 쫄바지를 도저히 입기가 민망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또 선수도 아닌데 굳이 헬멧과 장갑을 써야 하냐고 반문도 했지요. 그런데 함께 자전거를 타는데, 저한테는 다들 인사를 하는데 반해 자신한테는 인사도 하지 않는다고 그날 곧바로 모든 복장을 구매했답니다. 왜냐하면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자기만 쏙 빠지니까 왠지 소외된 느낌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지만, 단지 자전거를 좋아하고 복장을 갖춰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도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즉, 저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생각이 아니라, 서로간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사랑의 인사를 쉽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늘 차이점만을 부각시키려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과 내가 다르다고, 저 사람과 나는 도저히 맞지 않는다는 말들로써 주님의 사랑 계명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를 당연하다는 듯이 합리화 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사실 우리의 손이 가까이 닿는 것에 우리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지금 내가 어디에 가까이 가 있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이 이 세상에도 있을 수 있고, 또 하늘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마음은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요? 아니면 하늘에 있을까요?
주님께서는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어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 마음도 하늘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하느님의 원칙인 사랑을 실천하기 보다는, 이 세상의 편리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원칙만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나의 이웃과의 관계가 차이점을 찾는 것이 아닌 공통점을 찾아내는 관계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그 안에 주님의 사랑이 움터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때 내 마음은 이 세상이 아닌, 하늘에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찾는데 노력하세요.
화해와 용서(‘좋은생각’ 중에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체코 대통령에 당선된 바츨라프 하벨은 1990년 1월 1일 신년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극작가로 활동하며 체코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그는 ‘시민포럼’의 지도자로 ‘벨벳 혁명’을 이끌었다.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피 한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다.
하벨 대통령에게는 전 공산당 지도자를 처벌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대통령은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자신들이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화해와 용서로 집권을 시작한 그는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03년까지 국민들에게 더없는 존경을 받았다.
1996년 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또 한 번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아내와의 약속이라며 전 재산을 기부한 것이다. 평소에도 월급 대부분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왔으므로 기자들은 퇴임 후 생계를 걱정하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하벨 대통령은 “작가로 돌아가 글을 쓰면 되지요.”라고 대답했다.
그의 퇴임 행사는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5분짜리 연설이 전부였다.
“제가 실망시킨 국민, 저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았던 국민, 그리고 저를 미워했던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용서하십시오.”
대통령으로 재임한 동안 실패한 것보다 공적이 많았음에도 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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