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보실보실 내리는 비가 유리문 안에 나를 꼼짝마라 가두니
천천이
밖의 사물을 몽땅 가뒀어
비 맞고 흔들리는 홍 백색 접시꽃
당당하게 유월을 데려다 놓고 제 풀에 지는 장미
시큼한 실과 제 털리고 어정쩡한 매화나무
훌쩍 커버린 향나무
제몸 이즈러지도록 안고 자라는 등나무
커다란 녹빛 앞 산
용트림하는 안개
찔끔거리는 빨랫줄
처마밑 들락거리는 참새
빗물 고인 마당으로 비 따라 내려온 구름
출출한 백합향까지 제다 가뒀는데도 답답하고 욕심스런 마음
내 뱉는 한숨에 자비로우신 가상의 주님
나도 갇혀주련?
갇힌건 전데요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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