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6.22 연중 제12주일
예레20,10-13 로마5,12-15 마태10,26-33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걱정 없는 분 있으십니까?
두려움 없는 분 있으십니까?
문제는 걱정이요 두려움입니다.
진정 살아있는 사람들의 근본적 욕구는 둘로 요약됩니다.
자유롭고 싶은 것, 그리고 잘 살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잘 사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바로 걱정이요 두려움입니다.
흡사 걱정과 두려움에 포위되어, 포로 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 같습니다.
우리의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시들어 죽게 만드는 걱정과 두려움,
우리의 피할 수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비관적 현실을 시편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
그마나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사라지고 맙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늘 복음의 핵심 말씀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걱정하지 마라.’ 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됐는지요.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의 현실을 꿰뚫어 직시하고 계신
주님의 단호한 처방 말씀이십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하늘의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무려 어제 복음(마태6,24-34) 중 서두와 중반부, 끝부분에서
‘걱정하지 마라.’는 말씀이 반복하여 세 번이나 나옵니다.
오늘 복음(마태10,26033) 역시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이
꼭 세 번 나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의 현실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계신 주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의 말씀은 얼마나 힘찬지요.
“너희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저의 말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매사 우연은 없다는 이야기이며
모두가 하느님 섭리의 손길 안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사람들도, 미래도,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을 제외한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주님을 신뢰하십시오.
걱정하다보면, 두려워하다보면 끝이 없습니다.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걱정과 두려움입니다.
걱정과 두려움에 휘말리면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근거 없는 걱정과 두려움도 부지기수입니다.
인간의 무지와 욕심은 끊임없이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하여 무욕의 지혜로운 사람들에게는 걱정도 두려움도 적습니다.
사실 몰라서, 오해와 착각으로 걱정이요 두려움이지
실상을 정확히 안다면 대부분의 걱정과 두려움은 해소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밤의 어둠 같은 걱정과 두려움입니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걷히는 밤의 어둠처럼,
하느님 사랑의 태양이 마음에 떠오르면서 걷히는 걱정과 두려움입니다.
걱정과 두려움에 대한 근본 처방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사랑 하나뿐입니다.
오늘 1독서 중,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에서 예레미야를 구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그의 굳센 믿음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 무슨 걱정과 두려움의 위기상황에서도
절대 하느님 믿음의 끈을 놓아선 안 됩니다.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 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또 오늘 아침 우리는 힘차게 다음 시편 구절을 노래했습니다.
“주께서 함께 계시거늘, 무서울 것 있을쏘냐?
인간이 나에게 무엇을 할까 보냐.”
“뭇 백성이 이 몸을 에웠었어도, 주님의 이름으로 나는 부수었도다.”
믿음은 긍정적입니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느님 믿음입니다.
죄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은총에 초점을 두는 겁니다.
한 사람 아담의 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선물은
우리 모두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쏟아지는 하느님의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선물이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을 말끔히 해소시켜줍니다.
긍정적 낙관적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주님께 믿음을, 사랑을, 희망을 고백하십시오.
믿음도, 사랑도, 희망도 고백으로 표현되어야 굳세어집니다.
수도자들이 매일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 성무일도 모두
하느님께 대한 믿음, 희망, 사랑의 고백입니다.
언제나 독야청청한 믿음이, 사랑이, 희망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고백하지 않으면,
증언하지 않으면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시들어 죽어버립니다.
극심한 고통의 상황 중에서도 주님께 찬양의 고백을 드리는 예레미야,
과연 믿음의 영웅입니다.
지옥에서도 하느님을 찬양하는 자가 진정 믿음의 사람이라 합니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주님을 부끄럼 없이 용기 있게 고백해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증언할 때
주님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안다고 증언하실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모른다고 하면
주님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은 우리의 모든 사정과 필요를 알고 계십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때 사라지는 걱정과 두려움의 어둠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님께 믿음을, 사랑을, 희망을 고백하고,
당당히 주님을 안다고 증언하십시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의 어둠을 말끔히 몰아내시고
당신의 생명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