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6.27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열왕기 하 25,1-12 마태8,1-4
"살아있는 만남"
미사 본기도 내용이 마음에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주 하느님, 바르고 성실한 사람 안에 머무시기를 바라시니,
저희가 주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주님은 우리의 궁극의 거처이자
우리 또한 주님의 궁극의 거처라는 말씀입니다.
과연 주님의 거처로 품위 있게 살고 계신지요?
주님이 우리의 거처임을 알았지,
우리가 주님의 거처라는 사실은 얼마나 잘 잊고 지내는지요.
주님을 우리의 거처로 삼을 때
주님 친히 우리를 당신의 거처로 삼으십니다.
매일 미사를 통해 깨닫는 진리입니다.
새벽기도 시 다음 시편 말씀도 새로웠습니다.
“저녁 아침 한 낮에 내가 슬피 부르짖으면,
당신이 내 소리를 들어주시리라.”
부르심과 응답을 통한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이 바로 기도입니다.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을 통한 변화와 치유, 구원입니다.
산상설교를 마치신 주님은 산에서 내려오시자,
한 나병환자가 즉시 마음을 열고 치유의 은총을 간청합니다.
“주님!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믿음은 주님 향한 개방입니다.
두려움을 몰아내어 마음을 열게 하는 믿음입니다.
주님 향해 마음 활짝 열어야
지금 여기 현존하시는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입니다.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이 없기에
감동도 변화도 없고 마음도 무디어져 닫혀갑니다.
자연, 사람, 사물...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해
살아있는 주님을 만나야 기쁨이 샘솟는 활력 있는 삶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만남의 중심에는
주님이 계시기에 결국은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인 겁니다.
매일 미사를 통한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이
우리를 치유하고 매일 새 하늘과 새 땅을 살게 합니다.
한 번 만이 아니라 평생, 끊임없이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입니다.
개방과 개방이 만날 때 치유요 구원입니다.
주님의 개방과 나병환자의 개방이 만났을 때 치유되는 나병입니다.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그의 병이 나았다.’
예수님의 응답이 아주 구체적이고 섬세합니다.
그대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현현입니다.
연민의 마음, 부드러운 피부접촉(스킨십),
능력의 말씀이 삼위일체 축복이 되어 나병환자를 치유합니다.
그러나 일방적인 치유와 구원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여는 겸손한 믿음이 우선입니다.
나병환자가 먼저 마음을 열어 겸손히 간청했을 때
마음 열어 응답하시는 주님이십니다.
1독서에서 이스라엘의 치드키야 임금
예레미야 예언자의 충언을 듣지 않고
교만하여 무모하게 바빌론에 저항하다 참혹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이상주의, 원칙주의도 중요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주님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
살아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겸손과 지혜는 더욱 중요합니다.
만일 치드키야가 예레미야 예언자의 충언에 따라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여 기민하게 대처 했더라면
이런 참화는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새삼 지도자의 지혜로운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를 고처주신 주님은
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치유해 주시고
부족한 믿음을 도와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병고를 떠맡으시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셨도다.”(마태8,17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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