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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4일 야곱의 우물- 마태 9,9-13 묵상/ 병자와 범법자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04 조회수519 추천수4 반대(0) 신고
병자와 범법자

그때에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마태오라는 사람이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집에서 식탁에 앉게 되셨는데, 마침 많은 세리와 죄인도 와서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그것을 본 바리사이들이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네 스승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태 9,9-­13)
 
 
 
 
◆지난해 교통사고로 1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시던 어머니를 종종 찾아뵈었습니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많이 불편하셨는데 혹시나 나중에 걷는 데 장애가 있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환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누구든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안전을 느끼게 해주는 집을 떠나 낯선 장소에서 때로는 혼자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입니다. 둘째, 의존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거의 전적으로 의사·간호사·영양사 등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불안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셋째,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지정된 병실에 입원해야 하고, 환자복을 입어야 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만 먹어야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입니다. 넷째, 통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병에서 오는 통증과 그로 인한 고통,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환자를 사로잡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를 상실한 환자들은 근심·걱정·염려·두려움 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결국 투병 생활에서 의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특이한 사실은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병든 사람으로 바라보신다는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처럼 죄인들을 범법자로 보지 않고 영혼의 병자로 바라보십니다. 흔히 사람들은 죄인을 범법자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처벌받아야 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보십니다. 죄인을 범법자로 바라볼 때는 차가운 시선·선입견·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병든 사람, 앓는 사람, 환자로 보셨습니다. 그들을 멸시하거나 냉대하지 않고 불쌍한 마음으로 대하십니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우리가 그들을 바라볼 때 불쌍한 마음을 갖는다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질 것입니다. 나아가 그들을 아픈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오히려 고쳐주고 돌봐주거나 배려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심리적·정신적·영적인 환자로 바라본다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입니다. 나아가 죄인이 병자라면 누군가에게 진정한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기에 죄인을 수감하는 교도소가 감옥이 아닌 죄인(병자)들을 치료하는 병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광주가톨릭대학교(송동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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