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돌아가신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는 누워 계실 때가 많았는데, 제가 방학 때 인사를 드리면 가만히 웃으며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놓지 않으셨습니다. 건강에 관한 이야기 등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건네면서 제가 방을 나설 때까지 손을 잡고 계셨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제가 찾아뵐 때마다 변함없이 보여주셨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느낌이 남아 있는데, 아흔이 지난 할머니의 손이 거칠어도 저는 그 손에서 늘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을 읽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회당장이 예수님께 와서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라고 간청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회당장의 집으로 가 누워 있는 소녀의 손을 잡으시자 소녀가 일어납니다. 예수님의 손길이 소녀를 살린 것입니다. 죽음으로 인해 힘없이 축 늘어진 연약한 손에 예수님의 생명의 손길이 닿자 소녀가 살아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손을 잡는 행위를 통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인간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히실 그 손으로 인간을 치유하십니다.
손은 능력입니다. 사랑을 전달하고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며 말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언어가 되어줍니다. 영국의 과학 잡지 「네이처」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손은 자녀의 신경조직을 자극하여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발육을 촉진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아이의 머리나 얼굴 등 몸을 쓰다듬는 신체적 접촉이 피부의 신경세포를 따라 대뇌에 전달되어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육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태초의 하느님의 손을 생각해 봅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들의 손으로 생명나무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세상에 죄를 가져왔고, 카인은 아우 아벨을 그의 손으로 죽임으로써 이 땅에 폭력과 살인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손을 들어 자손을 축복하셨고, 모세의 손을 들어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셨으며 사무엘의 손을 들어 기름을 부어 왕을 세우게 하셨습니다. 종종 인간의 손은 상처를 주지만 하느님의 손은 상처를 치유해 줍니다.
주님의 따스한 손길이 사람들의 폭력적인 손을 붙잡아 주시고, 우리 손을 축복의 도구가 되게 하시며 우리 손이 주님의 손처럼 쓰일 수 있도록 우리의 손을 만져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손이 아닌, 주님의 손에 의지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광주가톨릭대학교(송동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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