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신자들을 만나면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사제가 되었으면 하는 지향으로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언젠가 한 형제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1남 1녀를 둔 그분의 아들이 얼마 전 첫영성체를 했다는데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싶은 그 형제님은 첫영성체 때 주님께 드리는 기도는 꼭 들어주신다는 말을 믿고서, 첫영성체 교리를 받는 아들이 하느님께 드리는 첫 번째 기도로 “제가 신부님이 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기를 바랐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바람이 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아들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첫영성체를 한 날, 식사 중에 아들에게 슬며시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오늘 하느님께 어떤 기도를 첫 번째로 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러자 아들이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예, 아빠! 제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랑 나중에 꼭 결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 형제님은 아들의 대답을 듣는 순간 너무나 허탈했다고 합니다. 순수한 아들의 기도이기는 했지만 사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워낙 컸던지라 실망을 한 겁니다.
아들에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아들이 사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께서 아버지와 아들의 기도 가운데 어느 기도를 들어주실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들어 제자들에게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주십사고 청하여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추수할 일꾼이라 함은 제자들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희망처럼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목자가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기도하는 사제, 영성의 향기가 우러나오는 사제, 정성들여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 자주 성체조배하는 사제, 소외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제, 장애인과 환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사제, 사회 문제에 대해 복음적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제,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사제,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제,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사제, 맑은 삶을 사는 사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제, 신자들을 전심으로 사랑하는 사제가 많아지기를 간구해 봅니다.
광주가톨릭대학교(송동림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