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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11일 야곱의 우물- 마태 10, 16-23 묵상/ 끝까지 참고 견디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11 조회수489 추천수7 반대(0) 신고
끝까지 참고 견디면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어떤 고을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다른 고을로 피하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스라엘의 고을들을 다 돌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마태 10,16-­23)
 
 
 
 
◆3년 전 방인수도회 차원에서 일본 수녀님들과 문화 교류를 통한 일치를 모색하며 서로의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성지였다. 거창하게 꾸미기는커녕 폐허 그대로 둔 성지가 초라해 보였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원자폭탄 투하로 성당은 처참하게 파괴되었고 열두 사도의 성상은 부수어져 있었는데, 복원하지 않은 잔해들이 어제 일인 듯 처참한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역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보존하면서 그 사건에 담긴 의미를 신앙으로 알아듣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뼈아픈 유배를 잊지 않고 그때를 대대로 되새기는 것과 같은 마음을 보았다. 일본의 박해는 우리나라보다 더 잔인했다는 사실과 긴 역사의 공백에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신앙의 역사에 대해 들으며 신앙의 신비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성 베네딕토 축일인 오늘, 복음은 끝까지 참고 견디면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끝까지 참고 견디기 위해서 현재의 내가 누구이고 내 삶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모진 박해에도 우리 삶의 중심이 바로 하느님일 때 끝까지 견딜 힘이 생긴다. 검증할 수 없는 가짜가 너무 많은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결단을 요구하는가? 그러나 그러한 삶을 보여주신 분들이 성인들이다.
 
아버지의 영께 민감하게 열려 있어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려 한 이들. 성 베네딕토는 그 영께 민감하게 열려 있기 위해 ‘기도하고 일하라.’고 수도자들에게 권고했다. 창조의 삶으로 부름 받은 우리가 기도하면서 또 다른 창조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일상을 비범화하는 노동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끈기도 인내도 부족하다. 하지만 끝까지 참고 견디면 구원받으리라는 확답을 주신 하느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식별할 때 그분은 분명 참고 인내할 힘을 주실 것이다. 성인들처럼 내밀한 자아 안에서 만난 하느님 체험만이 끝까지 참고 견디며 완성에 이르는 힘이 될 것이다.
기정희 수녀(춘천 밀알재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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