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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22일 야곱의 우물- 요한 20, 1-2 11-18 묵상/ 여성들에게 영광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22 조회수54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여성들에게 영광을

(필자가 묵상한 구절을 중심으로 싣습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중략)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 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요한 20,1-­2.11-­18)
 
 
 
 
◆얼마 전 어느 시위 현장에 갔습니다. 거기에는 옛날 이른바 시국 현장에서 날리던 남성들은 오간 곳이 없고, 소박한 여성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홀어머니에 누나만 네 분인 제가 타고난 페미니스트인 걸까요? 달변도 웅변도 아닌 그들의 외침이 가슴을 흔드는 소프라노로 울려 퍼졌습니다. 세상사 득실 계산이 복잡하고 성정이 변덕스러운 남성들이 눈치 보면서 숨어 있는 동안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 하나로 길바닥에 주저앉는 여성들이 주먹질 한번 없이 강력한 저항의 펀치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지혜의 스승, 카리스마 넘치는 왕, 무한능력의 초월자, 제자들이 이 모든 표현을 동원해서 떠받들던 예수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리석은 이스라엘 백성이 상위 5퍼센트 세도가들에게 눈엣가시 같았을 나자렛 출신 교주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추종자 가운데 핵심 인물에 속하던 열두 제자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분의 전지전능하심으로 하늘나라가 이 땅에 오면 자신들이 복락과 권세의 주인공이 되리라고 기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줄 거야, 하고 약속했던 연인이 그 사회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반역자가 되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처형당한 꼴이었겠죠.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풍찬노숙하며 온 나라를 헤매던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허망해서 숨어버렸습니다.
 
오로지 몇몇 여성만 비명횡사하신 분에 대한 믿음을 간직했습니다. 살아 계실 때도 허드렛일, 뒤치다꺼리만 맡았던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분의 장례를 예비해서 향유를 발라드린 사람도 베타니아의 어느 여성이고, 무덤을 지키다가 부활하신 그분을 처음 만난 사람도 두 여성이었습니다. 예수님을 포위한 군인의 귀를 칼로 베던 남성들의 기개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누군가가 스승의 시신을 빼돌린 것 같지만, 여성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슬픔의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습니다. 여성들이 흘렸을 기쁨의 눈물 이야기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부활 소식을 전할 영광이 그들 것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다 부활하신 그분을 만난 여성들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이기는 것은 산을 무너뜨릴 힘과 열정, 무쇠 주먹이 아니라 가냘픈 손, 작은 목소리, 욕심 없는 헌신임을 배웁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부활을 증언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더없이 힘 있는 웅변으로 들립니다.
여상훈(도서출판 시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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