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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치 혀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7-23 조회수574 추천수7 반대(0) 신고
 
 
 
재활원에 4년 반 정도 있으면서 많은 직원들을 만나고
그 중에 세례를 받은 직원도 참 많았다.
함께 있는 동안 직원들과 참 많은 일을 하였다.
모두 장애인들에게 대한 애정으로 한 마음이 되었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재활원을 떠나고 새 신부가 부임했고,
얼마 뒤에는 나와 함께 열심히 일했던 국장도 나가게 되고 새 국장이 들어왔다고 들었다.
당시 나와 함께 일하던 국장님이 이곳 빈들 회원이기도 하죠.
누굴까요?^^
그러던 어느날 직원들이
중증 장애인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가고 싶다고 허락을 받으러 갔다고 한다.
담당 직원 혼자서 중증 장애인을 차에 태우고 내리는 일이나
손 잡고 걷거나 휠체어를 밀어주기는 불가능하므로
그 시간대에 교대로 쉬는 직원이 함께 가주겠다고 해서
그런 일이 계획되었을 것이다.
내가 있을 때부터 그렇게 했기 때문에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후임신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나들이는 무슨 나들이, 너그들 놀고 싶어서 그러는거 아니냐!”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경험시켜주고,
재활원 속에서만 지내던 답답함을 풀어주고 싶은
애정어린 마음에서 이루어진 것이데
직원들 개인의 즐거움을 우해 그런 것 아니냐고 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다.
어떤 직원은 화가 나서 울었다는 소식 등을 한 참 뒤에야 지나간 일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 바로 혀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구나 싶었다.
오늘 1독서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너의 입에 내 말을 담아준다.
내가 오늘 민족들과 왕국들을 너에게 맡기니,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으려는 것이다.”
세 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고 한다.
혀가 세 치나 된다니 길기도 하다만,
정말 우리가 입에 담는 말이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고 힘을 주고 격려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하나의 씨앗이
100배, 60배, 30배 열매맺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어떤 직원은 손목 인대가 늘어나고
또 어떤 직원은 허리가 부러지고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 때마다 마음이 안타깝고 힘이 되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래서 그렇게 장애인들 데리고 나들이 가주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직원들에게 “니들 놀러가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길바닥 같이 메마른 영혼, 돌밭처럼 딱딱한 마음,
가시밭처럼 모난 영혼에게 내가 던진 한 마디 말이
많은 열매를 맺는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게 되려면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장애인에 대한 애정,
직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
가족들에 대한 정성,
우리 본당 공동체에 대한 관심,
남편과 부인에 대한 열려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특히나 부부들은 오랬동안 같이 살아오면서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알고 있으니
그런 단점들을 더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자기를 아끼는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편안하게 쉬게 하고 호의호식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알아야 한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푹 퍼져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는 것이 아니라,
더 모질게 자기를 단련시키고 채찍질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엄한 사람이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는 인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편하게 하고 노력하지 않고 열매를 얻고자 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내 수고를 요구하게 되고 엄하게 되는 것이다.
돌밭 같은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려면
내 맘 속에 박힌 딱딱한 돌을 부지런히 골라내는 것이
바로 자기를 열심히 단련시키고 채찍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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