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중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강원도 첩첩산골에서 보냈다. 그 시절의 추억은 내 삶의 한쪽에서 아릿한 그리움과 따스함을 주는 평화로운 안식처다. 겨울엔 눈이 억수로 내리고, 한여름엔 청아한 매미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버드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맑고 깊은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며 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정말 선생님이 되었다.
어제는 시골에서 함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친한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멋진 남자와 결혼해 속초에서 재미있게 살고 있다. 남편의 직업과 내 직업이 같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뭔가 통하는 좋은 친구다. 이제 오십이 다 되어가는 친구 남편은 곧 ‘교감’이 된단다. 그러면서 친구는 “넌 언제쯤 될 것 같으니?” 하고 물었다. 난 언제쯤 ‘교감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교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 위에 서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며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교감·교장 선생님이 되려면 그만한 인품을 지녀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내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앞으로의 나의 모습을 위하여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나의 스승이시며 주관자이신 그분께 여쭈어 본다. “전 언제쯤 될까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중에서)
김정임(인천 인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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