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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님의 휴가일기(19일)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24 조회수464 추천수1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의 휴가 일기
 
 
 
2008년 8월 19일 제주도 자전거 여행기
 
 
 
어제의 자전거 탄 거리는 총 68Km. 오랜만에 긴 거리를 탔습니다. 사실 몇 달째 바빠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거든요. 기껏 해봐야 동네 왔다 갔다 하는 정도. 그래서 걱정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과연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혹시 뒤쳐져서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걱정은 이것뿐이 아니었지요. 처음으로 비행기를 이용해서 하는 여행이기에, 과연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배로 가자는 사람들의 의견을 뒤로 한 채, 비행기를 갈 수 있다고 박박 우겼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조그만 비행기라고 큰 부피가 나가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라는 걱정도 있었던 것이지요.

걱정은 이것뿐이 아니었습니다. 본당에 쌓인 여러 가지 일들. 제가 없어서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다음 주에 강의가 있는데, 여행을 다녀오면 강의 준비는 언제 하나? 등등....

수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면서 이 모든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는 열심히 자전거만 타면 될 것을……. 왜 다른 일들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니 우리의 삶이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지금을 누구보다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주님께서 만들어 놓으셨는데, 다른 일들을 지금 이 자리에 끌고 와서 스스로 불행한 자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반성과 함께 걱정하지 말고 이번 여행을 순간순간 즐기기로 다짐을 하면서 출발을 합니다.



처음으로 들린 곳은 용머리 해안입니다. 하멜 어쩌구저쩌구 하는 박물관이 있지만, 그 앞에 있는 벤치에서 사진 한 방 찍고, 밀물인 관계로 들어갈 수 없는 용머리 해안은 그냥 바라만 보고서 출발을 했습니다.


제주도의 해안도로로만 달리다가, 어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이곳까지 왔으면서 왜 논진물을 가지 않냐는 것입니다. 그리고서 하시는 말씀.

“아니,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고 왔어요?”

시골 사람들도 다 하는 인터넷입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임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지요. 그래서 저희는 지도상으로는 분명히 돌아가는 길이지만, 논진물을 향해서 달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너무나 멋진 곳이기에....



논진물이란 곳은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다에서 수영하고 민물이 있는 곳에서 씻어내면 되는 곳이었지요. 특히 바다는 맑고 깨끗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들은 자맥질을 해서 광어를 잡는 행운(?)까지도 얻게 되었습니다. 정병덕 신부가 12마리를 잡았고, 저도 한 마리 잡았네요. 함께 간 김일회 신부님은 아주 열심히 했지만,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이제 외돌개에 왔습니다. 사실 논진물에서 실컷 놀아서 그런지, 외돌개 가는 길이 너무나도 힘들더군요. 하지만 외돌개에 사시는 어떤 분이 냉커피를 제공하겠다는 말에, ‘냉커피, 냉커피...’를 외치면서 힘들게 도착했습니다. 은퇴 후 멋진 곳에서 멋진 노후를 보내시는 부부의 모습. 보기가 좋았습니다. 떠나면서 사진 찰칵.


이제 우리들의 숙소인 표선으로 이동합니다. 한 60Km 정도를 예상했는데, 해안도로로 달리다보니 거리와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드디어 반가운 표지를 보게 됩니다.


본당신부님이신 야고보 신부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제관을 우리 일행에게 내주셨지요. 더군다나 맛있는 식사까지. 제주도 흑돼지 정말로 맛있었지요. 신부님께서는 우리들이 제주도의 모든 것을 먹고 가길 원하셨는지……. 각종 별미를 또 술안주로 제공해주시더라구여.

결국 안주가 좋다는 이유로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 날 걱정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한태주 -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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