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멋진 남자 주인공과 예쁜 여자 주인공이 시련을 겪으면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살아가는 장면들이 인위적이고 물질을 좇는 가치관을 더 부추기는 듯해서다. 차라리 스포츠 중계를 더 즐겨보는 편이다.
어느 날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미국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호기심에 조금만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잠자기 전에 꼭 한 편씩 본다.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는 성범죄를 다룬 형사물 ‘Law & Order’라는 프로그램이다. 한 편 시청하는 데 50분 정도 소요되는 단막극으로,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성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를 이해하게 되고,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게 된다.
성범죄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드라마 속의 범죄자는 여느 형사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흉악한 사람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주변에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가까운 친지, 친구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겉모습이 깔끔하고 신사 같은 품위를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아서는 절대 그런 범죄를 저지를 것 같지 않다. 철저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삶의 모습도 그들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속은 썩어문드러져 냄새나는 시궁창이면서도 겉모습은 향기 좋은 비누로 한 겹 두르고, 비싼 옷으로 그럴싸하게 속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쾌락과 적당히 타협하고 남들도 모두 약간의 유혹에는 거리낌 없이 살아간다고 합리화하며 진리의 눈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앙을, 내 행동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주는 포장지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행여 성당에서만, 신자들과 함께 있을 때만 신앙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성당을 다닌다며 올바르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그 위험한 범죄자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내 안을 잘 다스리며 살아야겠다. 내 안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잘 닦으며 지내야겠다. 성전에서 ‘주님!’만을 외치며 살 것이 아니라 늘 온몸으로 삶에 대해 알려주시는 ‘주님처럼’ 행하며 주님을 따라야겠다.
김정임(인천 인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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