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를 받은 지 어느새 20여 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성년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제대로 살아가는 틀이 잡혀야 하는데 여전히 주님 앞에서는 철없는 아이마냥 버둥거리며 살고 있다. 처음 신앙을 가졌을 때보다 기도도 안 하고, 봉사도 못하며 어정쩡하게 성당만 오가며 살고 있다. 에고, 한심한 일이다. 내 안에 들어 있는 욕심과 쾌락에 의지하는 나약함을 버리고, 주님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과 나누는 지혜로움으로 나의 영혼을 채워야 하는데…. 머리로는 아는데, 삶은 왜 내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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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마음에 눈을 감으니 한 신부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때 성서모임에 열정적이었을 때 만났던, 내 신앙에 커다란 힘을 불어넣어 주신 분이시다. 그분께 들었던 수많은 말씀은 아직도 내게 큰 힘이 되곤 하는데 오늘도 그분의 말씀이 나의 마음을 채워준다.
“내 마음이 작은 그릇이라면 하느님의 사랑은 커다란 항아리라 할 수 있다. 작은 그릇으로 물을 담아 커다란 항아리에 담으려고 애쓰지 말고, 작은 그릇을 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항아리에 넣어라. 그러면 작은 그릇에 물이 가득 찰 것이다.”
내 작은 그릇으로 사랑을 담으려고 버둥거리지 말고, 그냥 주님을 믿고 따르며 주님의 사랑에 푹 젖을 수 있도록 나를 주님의 커다란 항아리에 집어넣으라고 하셨다. 애써 내 안의 악함을 없애버리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주님께 맡기면 우리 주님께서 모두 해주신다고 하시던 그분의 모습이 오늘은 참 그립다. 내 안에 주님을 담으려 하지 말고, 나를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라. 그러면 내 안에 주님의 사랑이 충만히 넘치리라.
김정임(인천 인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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