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복음사가가 그저 예수님의 ‘혈연상’의 족보를 전해 주는 데만 관심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예수님의 족보는 무엇보다도 ‘신앙’의 족보였다. 따라서 이 족보에 담긴 의미는 임마누엘 하느님,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은 신앙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존재하는 분이라는 고백일 것이다.
예수님이 탄생하시기까지의 족보가 기껏 성경의 한 페이지에 다 담을 수 있는데 비해 어떤 불멸의 존재가 그 이후에 계속되는 신앙의 족보를 기록했더라면 아마도 이 세상 안에 있는 모든 책을 합한 분량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 이후의 신앙의 족보는 우리 각자에게까지 미치고 있지 않은가?
필시 전능하신 분의 기억 속에는 인간의 손으로는 기록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족보가 다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편에서 기억할 수 있는 족보상의 이름도 더러 있다. 바로 성경의 족보에 거명된 이름과, 더 가까이는 200년 전 이 땅 위에 신앙을 정착시킨 한국 순교성인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는 나에게 직접 신앙을 전해 준 육의 부모나 영적 스승들이 그분들이다.
신앙의 족보에 올라 있는 수많은 영적 친지 중에 적어도 내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친밀한 분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늘 좋은 일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니까. 몇몇 분들의 이름이 얼굴과 함께 떠오른다. 어머님, 수녀님, 수도회 선배들`…. 이제는 내 편에서 신앙을 전해 줄 사람을 낙점하고 공을 들일 차례다. 당장 눈앞에 떠오르는 대상이 하나 있다. 작년에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연구실까지 따라와서 귀찮을 정도로 신앙에 관한 질문을 하던 새내기. 지금은 군생활을 하고 있는데 무척 정이 가는 친구다.
‘마음은 마음에게 말을 건네고’(뉴먼 추기경), 영은 영을 낳고…. 이렇게하느님의 정신 안에서 신앙의 족보는 계속 작성되고 있을 것이다.
이종진 신부(예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