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 이해인
먼 하늘
노을지는 그 위에다가
그간 안녕 이라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하자.
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
바람보다, 구름보다
더 빨리 가는 내 마음
늘 그대 곁에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
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
몸과 마음이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벼워야 자유롭고
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
먼 데서도 가끔은
나를 눈여겨보는 새야
나에게 너의 비밀을
한 가지만 알려주겠니?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끈끈하게 매이지 않는 서늘한 슬기를
멀고 낯선 곳이라도
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담백한 용기를 가르쳐 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