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 다양한 사건이 조화를 이루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시계를 보면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갑니다. 서로가 어긋남이 없이 서로를 돌려주기 때문에 그 힘으로 시간을 맞춰가는 것입니다. 세상이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나거나 모자람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갈 때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삶의 방식이나 직업에도 귀천이 있고, 가능하면 잘난 직업, 힘 있는 직업, 권력과 가까운 삶을 찾는 데 온 노력을 기울입니다. 남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싶고, 더 좋은 옷과 집과 차를 갖고 싶어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보다는 폼 나고 대접받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좋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학과와 상관없이 고시나 공무원, 의과대학원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몇 가지 직업과 삶만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잘나고 싶어서겠지요. 잘난 사람만 사는 세상은 행복할까요? 아니요. 오히려 끔찍합니다. 모두가 저 잘났다고 떠들고 싸울 테니까요. 그 잘난 사람들은 청소하고 쓰레기 치우고 농사짓고 집 짓는 힘든 일은 하지 못할 테니까요.
사람 사이에는 직업의 귀천도 높고 낮음도 없어야 합니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니까요. 하느님은 돈 많고 권력을 가졌다고 더 우대해 주고, 돈 없고 힘없다 하여 무시하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분입니다. ‘무엇이?’가 아니라 ‘어떻게?’가 하느님께는 중요하고 ‘어떻게’로 사람을 평가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마르타나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마리아나 둘 다 귀하게 여기십니다. 예수님께는 누구나 소중한 당신의 자매들인데, 마르타가 자기 일이 힘드니 마리아도 함께 돕게 해 달라고 불평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작 중요한 것은 마르타의 일도 마리아의 일도 아니라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임을 마르타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이 가장 중요하며 그렇기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나갈 때, 더 좋은 것 더 높은 곳을 탐하지 않을 때 세상은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합니다.
배인호 신부(안동교구 화령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