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은 하느님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 성모님이 아기 예수를 잉태하고 낳아 기르신 이유는 오직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행복으로 가는 길은 말씀을 듣고 지키는 데 있다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잘 듣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신앙생활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잘 지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렵습니다.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잘 듣는 것도 어렵습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좋은 것은 어려운가 봅니다. 사실 말씀을 잘 지키고 잘 듣는 것조차 어려운 것은 인간의 소통 수단인 말과 글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일과 사람의 생각을 제대로 나타내기에 부족한 것이 말과 글입니다. 그러니 인간의 언어에 하느님의 뜻과 진리를 담았을 때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얼마나 잘 들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진리의 말씀은 종종 비유로 나타납니다. 진리를 말과 글, 곧 직설법으로 표현했을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과 시인들이 비유를 들어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인간의 말과 글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자연의 말씀이 그것입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몰아치는 폭풍우, 폭풍우가 지난 뒤 활짝 갠 푸른 하늘과 산과 들, 바람과 꽃과 나무, 티 없이 맑게 웃는 아기의 얼굴, 사람보다 먼저 천하의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고 댓돌 밑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 이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두려움과 감동을 주고 경이로움을 자아냅니다.
자연은 말 이전의 말이며 글 이전의 글입니다. 때로 인간의 말과 글보다 훨씬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우리는 경외심과 감사함으로 새로워집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은 어디에나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의 말씀이든, 대자연의 말씀이든 잘 새겨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무지한 원리주의자가 되기 쉽습니다. 또 말씀을 잘 새겨들으려면 센서, 곧 귀가 좋아야 합니다. 필경 깨끗한 마음, 열린 마음, 겸손한 마음이라면 내 귀가 더욱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지영(한국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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