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얼마나 좋습니까? 행복을 가져다주는 물건입니다. 요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행복의 제1요소로 돈을 꼽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항상 좋기만 한 물건, 항상 좋기만 한 일 이런 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지 않으셨지요. 우리에게 주신 것은 모두가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날마다 돈 때문에 가족이건 친구건 낯선 사람이건 죽이는 일이 허다합니다. 실상 따지고 보면 예수께서 사시던 2천 년 전 또는 훨씬 그 이전이나 지금이나 돈은 인간 역사에서 행복이자 불행이었고 빛이며 그림자요 천국이자 지옥이었습니다. 오늘 예수께서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라고 강조하신 이유도 역설적으로 현실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보다 돈을 우선하는 풍조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 피폐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죽고 나면 모두 소용없는 일, (거룩한 희생은 또 다른 경우입니다만) 뭐니뭐니 해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입니다. 사람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교황의 서재에는 미국 시인 맥스 어먼(1872-1945)의 <진정 바라는 것(Desiderata)>이라는 시가 걸려 있다고 하는데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는 것/그것이야말로 변할 수밖에 없는 시간의 운명 안에서 진실로 소유할 수 있는 것….’
우리의 생명이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어먼의 시는 ‘앉은 자리가 꽃자리’ 또는 ‘여기가 천국’이라는 말의 동의어입니다. 천국은 죽어서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보다 돈을 우선으로 앉힌다면, 곧 왜 사는지도 모른다면 천국은 살아서 갈 수 없고 죽어서도 갈 수 없는 곳이 되겠지요.
김지영(한국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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