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묵상 - 북쪽으로 가시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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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08-11-02 | 조회수63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사진묵상 - 북쪽으로 가시나요?
이순의
산에 가서 살다가보면
기이한 볼거리이면서 생활인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고냉지의 봄은 늦게까지 산에 머물러 있다.
바쁘게
바쁘게
밭자리들을 둘러 보다 보면
아카시아 향기 짙어 오고
만발한 꽃송오리 스치게 된다.
포도송이처럼 많은
하얀 송이송이들!
그 곳에 벌통들이 장엄하게 줄 지어 있다.
사진을 찍어야지
오늘은 꼭 찍어야지
그러다가도
내 밭 농사가
남이 벌치는 농사보다
바빠서
찍지 못했다.
그런데
벌치기들이 짐을 쌌다.
벌통들이 꽁꽁 묶여 있고
봄 내내 벌통을 지키던 천막도 없다.
이사짐에 실렸나 보다.
<안녕하세요?
아직 꽃들이 만발한데 벌써 가시게요?>
내 눈으로 보기에는 아직도 화려하기만 한데
꽃송이들이 꿀이 없단다.
꽃 지고
씨 영글 일만 남았단다.
벌들이 할 일이 없단다.
그러니 부리런히 갈 길을 가야한단다.
<그럼 북쪽으로 가시나요?
더 북쪽으로 가시면
아직도 아카시아가 피기 시작할 것 같은데....... >
아니란다.
남쪽으로 가신단다.
오대산 줄기 해발 800고지에 핀
아카시아가 마지막 일거라는.
저 아래 남쪽 땅끝 해남으로 가면
벌써
여름이 오셨을거란다.
그 곳에서 밤꿀을 딴단다.
갈 길이 바빠서
아직 귀가가 늦은 벌들을 불러야 한다고
연기를 피우신다.
제 집에서 저 연기 냄새가 나면
다 알고 날아와
들어간단다.
벌통의 현관에 연기를 품는다.
트럭 가득
현관문 걸어 잠근 집들이 실려 있다.
저 벌치기네도 올해 벌 농사가 풍년이었을까?
시세는 어땠을까?
내년 봄이면
나처럼
벌들도
산으로 오시겠지.
그럼
또
나는 밭농사 짓느라고 바쁘고
벌들은 꿀농사 짓느라고 바쁘시겠지.
동요 - 과수원 길
음악이야기 방에서 김종업님 것 얻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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