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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배욕과 자기의(self-righteousness)에 완전히 빠진 사람-판관기84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4 조회수556 추천수3 반대(0) 신고

지배욕과 자기의(self-righteousness)에 완전히 빠진 사람-판관기84

  <생명의 말씀> 

그들이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성에 있는 무뢰배들이 몰려 와서 집을 에워 싸고 문을 두드리며 노인에게 요구하였다. "영감집에 든 자를 내보내시오. 좀 따질 일이 있으니까!" 그러자 노인이 밖으로 나가 그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 그게 어디 될 말인가! 이런 나쁜 짓을 하다니! 이분은 이미 내 집에 들어 왔는데, 이런 고약한 짓을 하지 말게나. 나에게는 처녀 딸 하나가 있는데 내어 줄 터이니 욕을 보이든 말든 좋을 대로들 하게. 그러나 이 사람에게만은 그런 고약한 짓을 해서는 안 되네." 그들이 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레위인은 자기 첩을 밖에 있는 자들에게 넘겨 주었다. 그들은 잔인하게도 그 여자를 밤새도록 욕보였다. 그러다가 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그 여자를 놓아 보냈다. 날이 밝자 그 여인은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 와 환히 밝기까지 문지방에 쓰러져 있었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대문을 열고 다시 길을 떠나려고 나서다가 제 첩이 손으로 문지방을 붙잡은 채 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일어나 가자고 하였으나 대답이 없었다. 그는 첩을 나귀에 얹어 가지고 자기 고장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는 집에 도착하는 길로 칼을 뽑아 자기 첩의 시체를 열 두 조각으로 내 가지고는 이스라엘 전국에 보냈다. 그는 사람들을 보내면서 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일러 주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에집트 땅에서 나온 날부터 바로 이 날까지 이런 일이 일찍이 있었습니까? 이 사건을 신중히 심의하여 어떤 결정을 내리실는지 그 의견을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것을 보는 사람마다 외쳤다. "이렇게 끔찍한 일은 이스라엘 백성이 에집트에서 나온 날부터 이 날까지 일찌기 없었고 또 본 적도 없는 일이다." (판관기 19:22-30)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브아 땅의 깡패들이 노인의 집에 몰려와서 레위인을 내보내라고 요구합니다. 노인은 딸을 대신 내보내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깡패들이 수그러들지 않자, 그 레위인 사제는 자기 첩을 기브아 깡패들에게 넘겨주고 그들이 밤새도록 윤간(輪姦)하도록 했습니다. 새벽녘 길을 다시 떠날 때 첩이 죽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시체를 나귀에 얹어 에브라임으로 가서는 그 시체를 열두 도막 내어 이스라엘 각 지파에 보내서 이스라엘 온 지파를 분노로 들끓게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레위인 사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로서 첩을 얻었고 그 첩이 화나는 일이 있어서 친정으로 도망가자 첩을 다시 불러 오려고 먼 길을 가서 수 일을 먹고 마시며 허비한 그 사제는 원칙 없이 사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지배욕과 자기의(self-righteousness)에 완전히 빠져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레위인 사제는 자기 첩을 물건처럼 대했습니다. 무뢰배들에게 윤간하라고 내주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했던 것입니다.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첩을 자기 소유물로 여겼기 때문이고 도망간 첩을 찾으러 먼 길을 간 이유도 자기 물건이 자기 손아귀에 있지 않았던 것이 불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코 사랑이나 연민 때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자기 소유물이 용도폐기되더라도 자기 손에서 자기 처분으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윤간당하고 죽어 있는 첩을 보고도 냉정하게 그 시체를 싣고 와서 자기 손으로 그 시체를 열두 도막으로 잘라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제는 지배욕으로 가득찬 사람의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시체를 싣고 자기 홈그라운드에 와서 사제는 갑자기 매우 의로운 사람으로 돌변합니다. 기브아 무뢰배들의 패륜적인 행동에 대해 고발하면서 모든 이스라엘 지파가 이 사건에 대해 함께 분노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자기가 사제로 일하는 에브라임 땅이 아닌 곳에서는 온갖 비굴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이던 자가 이제 자기가 사제로 일하는 곳에 오니까 갑자기 무슨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 사제인 자신이 첩을 얻어서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 첩을 오로지 소유의 대상으로만 여겼다는 자신의 죄에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이 모든 참사를 기브아 무뢰배의 만행의 탓으로 돌리면서 온 이스라엘이 함께 일어나 그 무뢰배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사제의 권위를 이용해서 선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제는 자기 죄는 전혀 보지 못하면서 자기의(self-righteousness)에 완전히 빠져 있는 전형적인 한 사람의 모습을 또 보여줍니다.

 근원적인 것을 따져 올라가면 사제로서 자신이 하느님을 섬기는 원칙에 맞는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사제는 온 백성을 자극적인 방법으로 선동하여 이스라엘 역사에 동족상잔의 가장 큰 비극의 씨앗을 뿌려놓습니다.

 그런데 더 큰 비극은 하느님의 법이 무시된 판관기 시대에 이 사태를 제대로 분별해서 비극을 막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제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첩을 얻고 또 첩을 죽게 내버려 두고 도 그 시체를 가지고 선동을 하고 있으니.. 온 백성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행동에 옮기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묵상하면서 백성을 이끌어야 할 계층의 사람이 지배욕과 자기의(self-righteousness)에 완전히 빠져 있을 때 시대가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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