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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5일 야곱의 우물 묵상/ 내 마음의 빈 무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5 조회수640 추천수4 반대(0) 신고
내 마음의 빈 무덤

그때에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세 돌아서서 이르셨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할 것이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려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것이다.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제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를 선택하여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살고자 했던 것은 그 당시 본당 사목이 아닌 임종자들을 돌보는 특수 사도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소임지가 본당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두려웠던지 못 가겠다고 감히 말씀드리지도 못하고 본당에 갔습니다.
 
그곳은 저를 자꾸만 작게 만들었습니다. 실수는 일상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왜냐하면 두려운 마음에 또 너무 잘하려다 보니 미사 준비를 해도 막상 미사 때는 빠진 것이 생각나 얼굴은 빨개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할떄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늘 긴장과 실수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은 저를 압박했고 결국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잘 견디며 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본당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건강을 이유로 수련소에서 쉬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머물면서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그렇게 고생한 저를 질책하고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저는 아침저녁으로 짐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그런 중에 저를 잘 아시는 분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은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서 "빈 무덤에서 무얼 찾고 있느냐?"고 하시며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씁니다. 기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며칠을 성당에서 울고불고 매일 성체조배를 하면서 제 자신을 내려놓는것이 이렇게 힘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첫 서원만 하면 나의 삶이 아닌 예수님의 삶으로 변화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 서원을 하고 사도직에 나갔을 때 제 모습은 하나도 변화된 것이 없고 오히려 제 안에 수도자의 상을 탑처럼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예수님과 함께 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제 안에 들어 앉아 있던 수도자 상이 무너지면서 다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기까지 모든 이를 위하여 목숨까지 내놓은 그분의 사랑이 가느다란 빛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의 작은 욕심이 하나씩 무너져 내리면서 저는 비어 있던 제 무덤을 조금씩 채우고 있습니다.
김은배 수녀(마리아의 작은자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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