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을 겪은 것처럼 코가 없고, 한쪽 눈과 눈썹도 없고, 입술이 뒤틀린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E.T.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채규철 선생님입니다. ‘E.T.할아버지’라는 말은 ‘이미 타버린 할아버지’라는 뜻이랍니다.
그는 대학을 마치고 덴마크에 유학 가 선진 농업기술을 배워 돌아온 뒤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던 가슴 뜨거운 청년이었습니다. 어느 날 언덕에서 차가 굴러 폭발하면서 전신 3도 화상을 당해 얼굴이 도깨비처럼 변했습니다. 한창 나이인 서른한 살 때였습니다. 2년 뒤에는 아내마저 쇠약해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삶은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식당이나 다방에서 거지 취급을 당하고 버스 승차를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주님이 원망스러워서 자살하려고 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나를 살리신 주님의 뜻이 있을 것이다.
주님 뜻에 순종하며 살자.’
그 후 채규철 선생님의 삶은 변했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피고름이 나던 머리에서 새 머리카락이 돋아나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일그러진 얼굴을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가려 줄 수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귀가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한쪽 눈을 잃었지만 남은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입술이 없어졌어도 주님의 사랑과 진리를 전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는 청십자 운동을 하고, 간질 환자들을 위해 활동 했으며, 86년에는 아이들을 위해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강연을 했는데 그때마다 감사의 전도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임영인 신부(성공회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