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의 사회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서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으시고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날을 하루라도 보려고 갈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날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을 받아야 한다.
(루카 17,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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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마을에서 이웃 마을을 가기 위해서는 사흘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마침 철도회사 사람들이 나타나 ‘두 마을을 연결할 철도를 놓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철도를 놓으면 세 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이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기꺼이 땀 흘려 일했습니다. 마침내 두 마을 사이에 철도가 놓이자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기찻삯이 사흘치 임금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사흘 동안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흘 동안의 일은 과거와 달리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쫓기듯이 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차라리 사흘을 걸어 사색을 하고 자연과 만나며,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흘 일하는 동안 기도 시간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문서작성기(워드프로세서)가 세상에 나왔을 때 개발자들은 ‘하루 종일 작성해야 할 문서를 단 몇 시간에 작성할 수 있으며 나머지 시간은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컴퓨터는 각 가정에까지 보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하루 종일 씨름합니다. 일하는 시간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노동 강도는 높아졌고 여가는 줄어들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일중독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일 자체의 의미를 찾거나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이제 신앙인들이 살펴야 하는 것은 물질문명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임영인 신부(성공회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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