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6일 연중 제33주일 가해(평신도 주일)
'Well done, my good and faithful servant.
Since you were faithful in small matters,
I will give you great responsibilities.
Come, share your master's joy.’
(Mt.25.21)
제1독서 잠언 31,10-13.19-20.30-31
제2독서 1 테살 5,1-6
복음 마태 25,14-30
사오정 친구가 사오정 집에 놀러갔습니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 시원한 음료수가 먹고 싶어진 친구가 말했지요.
“사오정아, 나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 좀 먹어도 되니?”
그런데 사오정은 아무 대답을 안 하는 것입니다. 친구는 잠시 대답을 기다리다가 다시 크게 소리를 질렀지요.
“사오정! 나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음료수 좀 먹어도 돼?”
그러자 사오정이 대답했습니다.
“야, 너, 구시렁대지 말고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음료수나 꺼내 먹어.”
한 때 유행했던 사오정 유머입니다. 사오정은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유머를 보면서 우리 곁에도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 자신이 사오정으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어떤 글을 보았는데, 세상에 있는 우울증 환자의 80퍼센트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들은 내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남의 얘기 듣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 기술이나 능력이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아무런 기술도 또한 능력도 필요 없이 상대방을 바라보며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귀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정도만으로도 상대방에게 큰 힘을 줄 수 있음을, 우리 각자의 체험을 통해서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어렵고 힘들 때 그리고 정말로 답답함을 느낄 때, 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그 어떤 사람으로 인해 고통과 시련의 순간을 극복한 체험을 아무리 못 가져도 한두 번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나의 말이 아닙니다. 바로 그의 말을 들어주는 내 귀가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존재처럼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능력과 재능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그런 능력과 재능보다 더 필요한 것은 조용히 들어주며 함께 하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이 많은 능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하느님 백성으로써 평신도 자신의 소명을 다시금 새기는 날인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많은 이들이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은 탈렌트는 무시하고, 특별한 탈렌트만을 주님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들어주며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씀드렸듯이,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탈렌트를 우리 모두 이미 받았다는 것입니다.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나의 소명은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새기면서 내가 받은 탈렌트를 최대한 발휘하는 오늘이 되셨으면 합니다.
실수 기념비(존 맥스웰, ‘꿈이 이루어졌다’ 중에서)
아놀드 파머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퍼 중 한 명이다. 파머는 통산 92번 우승했다. 그중 62번은 미국 PGA에서의 우승이었다. 어떤 사람은 파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의 자신감과 벼랑에 몰린 노상강도의 뻔뻔함을 동시에 지녔다.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골프장을 습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파머에게도 잊을 수 없는 실수가 있었다. 파머의 전성기였던 1961년 LA오픈에서였다. 파머는 파5, 9번째 홀에서 티샷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제 세컨드 tit으로 볼을 그린에 올릴 일만 남았다. 그러면 버디 기회를 잡고 선두와도 한 타 차이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파머가 친 볼은 깃발을 맞춘 뒤 엉뚱한 곳으로 떨어졌다. 파머는 다시 볼을 쳤는데 이번에는 볼이 길바닥으로 나갔다.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무려 열 번을 더 치고서야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그는 토너먼트에서 탈락했다.
오늘날 LA에 있는 랜초파크 골프장 9번째 홀에 가면 “1961년 1월 6일, 올해의 골프 선수였던 아놀드 파머는 이 홀에서 12스트로크(클럽으로 공을 치는 일)를 기록했다.”라고 쓰인 실패 기념비를 볼 수 있다. 골퍼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기념비인 셈이다.
하루는 그 형편없는 기록에 대해 기자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빌어먹을 기념비는 내가 죽은 후에도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골프의 매력이지요. 다음 샷이 이전 샷처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늘 실패를 기회로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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