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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천적 무신론자들의 시대-판관기90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0 조회수553 추천수6 반대(0) 신고

실천적 무신론자들의 시대-판관기90

 <생명의 말씀>
 이스라엘 사람들은 미스바에서, 아무도 딸을 베냐민 가문에 시집 보내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이스라엘군은 베델로 가서 저녁이 되도록 하느님 앞에 앉아서 소리를 질러 대성통곡하며 아뢰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여, 어찌하여 이스라엘이 이런 일을 당해야 했습니까? 어찌하여 오늘 이스라엘에서 지파 하나가 없어지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까?" 이튿날 이스라엘군은 일찍 일어나 그 곳에 제단을 쌓고 번제와 친교제를 드리면서 이스라엘 지파 중에 어느 지파가 야훼 앞에 모인 이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는가 알아 보았다. 누구든지 미스바로 야훼 앞에 나오지 않으면 사형을 처한다고 엄숙히 서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동족인 베냐민 지파를 생각하고 마음들이 언짢았다. "오늘 이스라엘에서 지파 하나가 없어졌구나. 우리가 아무도 딸을 베냐민 가문에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야훼께 서약을 해 놓았으니, 살아 남은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아내를 얻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지파 중에 어느 지파가 미스바에 올라 와 야훼 앞에 나오지 않았느냐?" 그런데 야베스길르앗에서는 이 대회에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점호해 보니, 과연 야베스길르앗 주민 가운데서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회중은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 만 이천 명을 그리로 보내면서 지시하였다. "야베스길르앗으로 가서 여자와 아이들까지 온 주민을 칼로 쳐죽여라. 너희가 할 일은 이것이다. 모든 사내를 죽이고 사내와 한 자리에든 적이 있는 여자도 전멸시키고 처녀들만 남겨 두어라." 그들은 이 명령대로 하고는 야베스길르앗 주민 가운데서 사내와 한 자리에 든 적이 없는 처녀 사백 명을 찾아 내어 가나안 땅 실로에 있는 진지로 데려 왔다. 그리고 나서 온 회중은 사람을 보내어 림몬 바위에 있는 베냐민 사람들과 화해하자고 하였다. 베냐민 사람들은 돌아 와서 살아 남은 야베스길르앗 여인들을 아내로 맞게 되었다. 그러나 여자의 수가 모자랐다. 야훼께서 이스라엘 지파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하셨기 때문에 백성들은 베냐민 지파를 생각하고 마음이 언짢았다. 그래서 회중의 장로들은 "베냐민 여인들이 모조리 없어졌으니, 살아 남은 남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내를 얻어 줄 수 있을까?" 하고 의논하였다. "이스라엘 중에서 지파 하나가 없어지지 않게 베냐민 지파에서 살아 남은 자들의 씨를 이어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리 딸들은 그들과 결혼시킬 수 없고...?" 이스라엘 백성은 베냐민 지파에 딸을 시집보내면 저주를 받겠다고 서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해마다 실로에서 야훼의 축제가 열리지!" 실로는 베델에서 세겜으로 뻗는 길 동편에 있는 성으로서 베델의 북쪽, 레바논의 남쪽에 있었다. 그들은 베냐민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다. "포도밭에 숨어 있다가 실로 처녀들이 떼를 지어 춤추러 나오는 것이 보이거든 포도밭에서 나와 그 실로 처녀들 중에서 아내를 골라 잡아 가지고 베냐민 땅으로 돌아 가거라. 만일 여자의 아비나 형제가 와서 시비를 걸면 우리가 그들에게 말해 주마. '전쟁에서 여자를 잡아다가 아내로 삼듯이 그들도 당신네 여자들을 그렇게 한 것이니 용서해 주시오. 당신들이 자의로 여자를 그들에게 주었다면 서약을 깨뜨리는 죄를 지은 것이 되겠지만 그렇지도 않지 않소?'" 베냐민 사람들은 그 말대로 춤추는 여인들을 붙잡아 사내 수효만큼 아내감을 골라 가지고 자기들 상속지로 돌아 가서 성읍들을 재건하고 살게 되었다. 이렇게 해 준 다음, 이스라엘 백성은 그 곳을 떠나 각각 자기 지파, 자기 가문이 사는 상속지로 흩어져 돌아 갔다. 그 때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사람마다 제 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판관기 21:1-25)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이스라엘군은 베냐민 지파를 거의 멸절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들 집안의 처녀들을 베냐민 지파쪽으로 시집 보내지 않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결의합니다. 그리고 그 결의를 어기게 되면 저주를 받겠다고까지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좀 차리고 사태를 돌아보니까 자신들이 한 일이 이스라엘에서 한 지파를 완전히 없애버린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집단 전체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고 뭔가 홀린 듯이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는 매우 참혹한 것이었습니다.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그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합니다. 베냐민 지파 사람들과 화해를 시도하고, 자신들이 엉뚱하게 서약한 내용 때문에 발생한 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좀 이상합니다. 미스바로 모이지 않은 사람은 모두 사형에 처한다고 자기들끼리 한 서약에 근거해서 누가 안 나왔나 점호를 해서 야베스 길르앗을 적발했고, 정예 병사를 보내서 그 지역 주민을 처녀만 빼놓고 다 죽입니다. 그러고 나서 처녀만 사로잡아 와서 그 처녀를 베냐민 지파에 주고 결혼해서 살라고 하고, 그래도 처녀 총각 짝이 안 맞으니까 실로에서 있는 야훼의 축제 때 처녀들을 납치하라고 가르쳐 주는 게 그 처방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뭔가 어긋난 부분을 억지로 봉합해 놓은 것만 같을 뿐,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제사도 드리고 서약도 하는데 자기가 한 말과 행동 때문에 스스로가 곤란하게 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형국만 자꾸 발생하게 되면서 판관기는 그 기록을 끝맺습니다.

 기록자의 마지막 멘트가 이 시대의 특성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줍니다. '그 때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사람마다 제 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이 말이 이 번에 처음 나온 말은 아닙니다. 기록자가 보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너무 원칙 없이 막 산다고 판단될 때마다 저 말을 삽입해서 논평을 했었는데, 판관기의 기록을 마치면서도 앞에서 여러 번 사용했던 저 말을 재인용하는 걸 보면 판관기의 시대는 정말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 없이 막 살았던 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말 당시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을까요? 물론 정치체제로서의 왕정이 시작되기 이전이긴 하지만 하느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살았던 민족이 이스라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왕이 없었던 시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라는 왕이 계셨지만 사람들이 실천적으로 그 왕을 무시하고 살았던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로 이와 동일한 듯합니다. 분명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실천적으로는 돈을 하느님으로 모시고 경쟁이라는 방법으로 투쟁하며 사는 게 우리의 실제적인 삶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세례도 받고 견진도 받고 그래서 천주교 신자라는 이름표는 달았지만 세상의 가치만을 따를 뿐, 실제로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이 많다면 우리 시대를 관찰하고 평가한 후대의 사람이 현 시대를 이렇게 기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때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이 많아서 사람마다 제 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시대의 이야기는 판관기로 끝이 납니다. 물론 사무엘상권에 조금 이어지기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서 사람인 왕을 세우시면서 왕이 있는 시대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런데 왕을 세우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오늘 묵상한 이 기브아 만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판관기 매일 묵상을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신 여러분을 사무엘 상하권으로 초대합니다. 기브아 사건과 연결되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다스릴 왕을 어떻게 세워 나가시는지 그리고 당신의 사랑과 정의를 어떻게 펴나가시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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