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실천적 무신론자들의 시대-판관기9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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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광호 | 작성일2008-11-20 | 조회수553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실천적 무신론자들의 시대-판관기90 <생명의 말씀>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이스라엘군은 베냐민 지파를 거의 멸절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들 집안의 처녀들을 베냐민 지파쪽으로 시집 보내지 않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결의합니다. 그리고 그 결의를 어기게 되면 저주를 받겠다고까지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좀 차리고 사태를 돌아보니까 자신들이 한 일이 이스라엘에서 한 지파를 완전히 없애버린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집단 전체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고 뭔가 홀린 듯이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는 매우 참혹한 것이었습니다. 사태를 파악하고 나서 그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합니다. 베냐민 지파 사람들과 화해를 시도하고, 자신들이 엉뚱하게 서약한 내용 때문에 발생한 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좀 이상합니다. 미스바로 모이지 않은 사람은 모두 사형에 처한다고 자기들끼리 한 서약에 근거해서 누가 안 나왔나 점호를 해서 야베스 길르앗을 적발했고, 정예 병사를 보내서 그 지역 주민을 처녀만 빼놓고 다 죽입니다. 그러고 나서 처녀만 사로잡아 와서 그 처녀를 베냐민 지파에 주고 결혼해서 살라고 하고, 그래도 처녀 총각 짝이 안 맞으니까 실로에서 있는 야훼의 축제 때 처녀들을 납치하라고 가르쳐 주는 게 그 처방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뭔가 어긋난 부분을 억지로 봉합해 놓은 것만 같을 뿐,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제사도 드리고 서약도 하는데 자기가 한 말과 행동 때문에 스스로가 곤란하게 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형국만 자꾸 발생하게 되면서 판관기는 그 기록을 끝맺습니다. 기록자의 마지막 멘트가 이 시대의 특성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줍니다. '그 때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사람마다 제 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이 말이 이 번에 처음 나온 말은 아닙니다. 기록자가 보기에 이스라엘 백성이 너무 원칙 없이 막 산다고 판단될 때마다 저 말을 삽입해서 논평을 했었는데, 판관기의 기록을 마치면서도 앞에서 여러 번 사용했던 저 말을 재인용하는 걸 보면 판관기의 시대는 정말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 없이 막 살았던 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말 당시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을까요? 물론 정치체제로서의 왕정이 시작되기 이전이긴 하지만 하느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살았던 민족이 이스라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왕이 없었던 시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라는 왕이 계셨지만 사람들이 실천적으로 그 왕을 무시하고 살았던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로 이와 동일한 듯합니다. 분명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실천적으로는 돈을 하느님으로 모시고 경쟁이라는 방법으로 투쟁하며 사는 게 우리의 실제적인 삶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세례도 받고 견진도 받고 그래서 천주교 신자라는 이름표는 달았지만 세상의 가치만을 따를 뿐, 실제로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이 많다면 우리 시대를 관찰하고 평가한 후대의 사람이 현 시대를 이렇게 기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때는 실천적 무신론자들이 많아서 사람마다 제 멋대로 하던 시대였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시대의 이야기는 판관기로 끝이 납니다. 물론 사무엘상권에 조금 이어지기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에서 사람인 왕을 세우시면서 왕이 있는 시대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런데 왕을 세우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오늘 묵상한 이 기브아 만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판관기 매일 묵상을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신 여러분을 사무엘 상하권으로 초대합니다. 기브아 사건과 연결되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다스릴 왕을 어떻게 세워 나가시는지 그리고 당신의 사랑과 정의를 어떻게 펴나가시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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