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펌- (61) 영화촬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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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08-11-25 | 조회수76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작성자 이순의(leejeano) 작성일 2004-02-09 오후 1:19:49
(61) 영화촬영 이순의
ㅡ골목ㅡ 정오가 넘었는데도 골목 안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하고 모든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감독의 목소리만 골목의 유일한 소란이다. "고우!" "액션!" "컷!" 어디서 가져다 붙여 놓았는지 벽에는 온통 너저분한 광고지들이 펄럭인다 건너편 이웃집의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폐신문지가 가득이다. 아마 설정된 배경이 우리 골목보다 지저분하거나 수준이 모자란 골목 같다. 골목의 주민들은 세련 된 탓인지 구경도 하지 않는데 자기들끼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스텝 진 전체가 에스키모인 같은 옷을 입고 있다.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두터운 장갑에 군화보다 더 무거워 보이는 신발을 신고 있다. 주인공을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층에서 내려다보아서 정상적인 옷을 입은 사람이 주인공이다. 겨울 외투정도! 새벽잠을 깨울 때는 황토색 승용차를 놓고 30센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진과 후진을 일삼아, 배우는 차에서 내리고 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듯이 뭔가 볼게 있어야 재미가 있지. 같은 동작만 계속하고 있으니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는 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 유리창을 닫았다. 그런데 벌떼 같은 에스키모족이 지금까지 아직도 골목에 진을 치고 있다. 바닥에 깔린 레일부터 크고 작은 장비도 엄청나다.
우리네 인생사가 그러하리라!
나라는 한 사람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보면 너무나 많은 소품과 조연들이 있다. 이렇게 작은 우리 집이라는 공간에 준비된 소품들을 살펴본다. 정말로 다양한 물품들이 촬영장보다 더 많이 있다. 장롱과 책상에 컴퓨터, 숟가락 젓가락, 외투에서 양말까지, 베개와 이불, 책과 연필도 있고, 손톱깎이, 열쇠꾸러미, 동전, 카드, 휴대전화기, 비누와 스킨로션, 세탁기와 냉장고, 진짜 엄청난 기록 할 수 없는 장비들이다. 이쑤시개가 있는가 하면 아들의 야구방망이도 있다. 조연 배우로는 짝꿍에 자식에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 사촌들과 신부님 수녀님 친구들과 수없이 스쳐간 이웃들! 배경은 고향마을에서 부터 학교랑 교회랑 수없이 다녀 본 여행지며 서울이라는 도시와 이사 다닌 집들! 우와! 진짜 많이 반복해 온 일상들은 또 매일 매일을 밥 먹고 일하고 자고 외출하고....... 아마도 이층에서 내려다 본 저 사람들이 재미도 없이 지겨운데 하늘에서 본 우리는 얼마나 지루할까? 그래도 반복이라는 지겨운 노력이 근사한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고 있다. 나도 반복된 일상으로 인생이라는 근사한 작품 하나를 들고 하늘로 가야 한다. 저들의 관객은 사람이지만 나의 관객은 주님이시다. 아! 반복된 일상이라는 필름을 잘 찍어야 하는 거구나! 주님께서 천국이라는 극장에서 구름이라는 스크린에 비춰 볼 나의 연기가 감동적이어야 할 것 같다. 저들은 지금 열심히 수고 하고 있다. 나는 지금 수고 하고 있는가? 긍정할 수 없는 일상의 허점들이 내 눈에 가득하다. 늦기 전에 필름을 다시 돌려야 하나보다. "레디~~~~ 고우!"
2008년11월27일 목요일 오후 8시
잠실7동성당에서 영화를 상영합니다.
교황요한 바오로2세의 일생을 그린영화.
<카롤>
교황님의 본 이름이 카롤이지요.
인생이라는 영화를 멋지게 찍고
<나는 행복하였습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라는
유언을 하실 수 있으셨던
배우!
<교황 요한바오로 2세>
만나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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