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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타깝구나! 그러나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7 조회수909 추천수3 반대(0) 신고
 
 

안타깝구나! 그러나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 윤경재

 

"그때가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그때에‘사람의 아들이’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카 21,20-28)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불행하다!’라고 말하시는 대목이 몇 구절 나옵니다. 우리는 이를 행복선언문과 반대되는 저주선언문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에서 사용된 그리스어 ouai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는 감탄사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아!’나‘오!’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저주선언이라기보다는 ‘안타깝구나!’정도의 뉘앙스가 담긴 감탄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루살렘을 빠져나가라고 지시하시는데 그 말씀을 따르지 못 할 처지에 있는 임신부나 젖먹이가 딸린 여인들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표현하신 것입니다. 전쟁이나 난리 통에는 여인들과 어린아이 노인 등이 더 심하게 피해입고 고통 받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오래 갑니다. 왜정시대 때 피해당하신 위안부를 떠올리면 더욱 실감 납니다. 몸과 마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중 삼중으로 겪는 수모이기에 더 안타깝습니다.

  다른 민족의 시대가 다 찰 때가 언제인지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방 민족이 모두 주님을 받아들여 복음화하는 때라는 해석과 예루살렘에서 이민족 지배가 끝날 때라는 해석입니다. 로마서 11,25-27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스라엘의 일부가 마음이 완고해진 상태는 다른 민족들의 수가 다 찰 때까지 이어지고 그다음에는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 해석을 따릅니다. 두 번째 해석은 자칫하면 예루살렘 회복 전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모든 민족과 이스라엘의 일부마저 주님을 받아들이고 구원을 받는 때가 과연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나 구원은 이미 우리가 충분히 받았습니다. 주님의 복음 말씀을 듣고 따르는 자는 종말과 관계없이 이미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아니 종말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종말은 미래에 오는 어떤 시점이 아니라 복음을 사는 때입니다.

 우리는 흔히 시공간의 흐름을 중시하는 나머지 원인과 결과가 순서대로 찾아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정된 시공간 경험밖에 없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자신들이 이해하기 편리하게  규정지어 논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간의 개념은 하느님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이해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모두 동시성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민족들과 이스라엘이 복음화하는 때를 턱 괴고 기다리거나 도저히 가망성 없는 일이라고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어 이미‘사람의 아들이’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목격한 것처럼 “복음을 살아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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