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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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08-11-28 | 조회수833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1주일간 추수감사절 연휴라 집에서 몇일 동안 놀다보니 아이들이 몸이 근질 근질한가 봅니다.
엄마 우리 오늘은 어디 가자 하고 큰애가 말합니다. 어디갈까? 엄마가 좋아하는 미술관 갈까? 오늘은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수요일인데...그랬더니 미술관은 싫단다. 대신 동물원을 가잖다. 그래 동물원도 오늘 반액 할인해주는 수요일이네. 그럼 우리 오후에 가자...
그래서 아이들과 집 근처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작년에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사온 후로 동물원도 시시하고, 박물관도 시시하고, 뭐든지 시시하다고 불평불만 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잠깐 살았던 샌디에고란 곳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곳이었지요. 사시사철 온화하고 쾌적한 날씨에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나가면 청명한 하늘이 오늘 하루도 신나게 보내라 하는 것 같았고 아이들이 좋아하던 레고랜드, 동물원, 씨월드, 각종 박물관이 즐비하고 또 큰애가 제일로 좋아라 했던 태평양 바다가 10분만 달려가면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덩달아 저도 바다에서 지는 해를 보며 저 너머 엄마의 나라 있다고 얘기하며 그리움을 달래곤 했었답니다.
그런데 내륙 한가운데 콕 박힌 텍사스의 한 도시에 오니 뭐든 시시한 건 당연하지요.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흐르니 옛것은 희미해지고 이곳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도 사귀게 되니 좋아했던 놀이공원도 점점 그리움도 덜해지고 어제는 작은애가 샌디에고 동물원엔 팬다도 있고 코모도 드래곤도 있고 하면서 여기 동물원과 비교하며 불평을 하는 걸 보더니 큰 애가 한마디 합니다. You should respect what you have. 라고...
맞아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만족하고 감사할 줄 모르면 세상의 그 어떤 귀한 걸 가져다 주어도 그 사람은 늘 불행할 겁니다.
어제 동물원에서 플라밍고가 취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며 빙긋이 미소가 지어 졌어요. 한발로 서있는애, 무릎 꿇은 애, 앉아 있는 애 등등...그중에도 가느다란 다리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문득 참 신앙인의 모습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본당 신부님께서 미사중에 불러주신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이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신부님의 참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앉아서도, 서서도, 누워서도, 내가 어떤 형태로 있어도 주님 당신 생각만 하고 싶은 마음을요. 그러면 제가 있는 자리는 언제나 꽃자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도 언제나 자기 자리가 꽃자리임을 알고 늘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하루가 되시길 소망해 봅니다.
덤으로 큰애가 새에게 먹이를 주는 사진도 첨부합니다...이제는 팬다를 보지 못해도 이렇게 내가 직접 새한테 모이를 먹일 수 있는 이곳 동물원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입니다...
오늘도 주님안에 행복하세요. 저는 발바박에 땀나게 추수감사절 음식 준비하러 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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