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을 충실히 ....... [김상조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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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광자 | 작성일2008-11-29 | 조회수733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
(무화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가까이 온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 즉 잎이 돋은 것을 보고 여름이 다가온 줄을 알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이 그렇게 질서지어셨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잎이 돋을 때는 봄일 것이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졌다가 가을이면 낙엽이 되고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는 것이 질서인데, 그것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느님이 심어주신 질서에 따라 자연도 움직이는데 하물며
그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아직 오지도 않은 여름을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질서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오늘 예수님이 들려주신 말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이러한 일들”이란 어제까지의 복음에 나온 일들이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되고, 해와 달과 별에 징조가 나타나는 것 등이다. 즉 예루살렘이 멸망할 징조가 보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온 줄을 알라는 말씀이다. 무너져야 새로운 것이 세워진다. 하느님과 멀어지게 만드는 모든 것이무너져야 새 예루살렘, 하느님 나라가 세워질 것이다. 예루살렘의 멸망이나 우리의 멸망이나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멸망은 곧 그 나라의 마지막이요, 한 사람의 죽음은 곧 그 사람의 마지막과 연결된다. 세상종말은 현재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종말도 달라진다.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겐 천국이 될 것이요,
하루 하루를 불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겐 지옥이 될 것이다. 오늘 무슨 일을 하든 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든, 주어진 그 일에 충실하고 그 사람에게 충실해야 할 것이다. 자주 우리는 더 중요한 일을 남겨 두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 일이 아니라 다른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텐데 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재빨리 끝내놓고 본격적으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을 할라 치면 또 다른 일이 닥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당시에 주어진 일을 재빨리 해치우려 한다. 이런 사실은 우리가 충실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바로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일, 이 미사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오직 미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빨리 미사를 끝내고 레지오도 끝내고 정말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하는 것은 어느 것에도 충실하지 못한 것이다. 정작 그 일을 할라치면 또 다른 일이 생길 것이다. 나중의 일은 나중의 일일 뿐이다.
지금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마치 그 일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듯이, 그 일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주어진 일이라도 되는 듯이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로 잘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중에 할 일에도 그렇게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지 결코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과거를 살아가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충실하지 않고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중 일은 충실하게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다. 다음에는 잘 하리라 다짐만 하다 말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불시에,
알지도 못한 때, 생각지도 못한 때에 다가올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이 언제 오든 또 어떤 모양으로 오든 상관이 없다. 지금에 충실하다면 그 날에도 반드시 충실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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