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8)"
천지가 하얀 날
네 이름으로
실 솜보다 가벼운 설렘 한줄 바람같이 날아와
둘레둘레 거미 올 뱉듯 묶이는 일이지
가만히 숨 멎은 듯 손 내밀어 묶이면 되는 일이지
바람이어든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다가 돌아 설 줄 알았는데
몸부림에 지처
가는 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늘려 심기는걸 보는 일인가
문득문득 스치고 남는 설렘 따라
이심전심으로 묶이고 있었음을 배우는 일이지
헤어나려는 몸짓도 사랑이리라 비인 한켠에 담아두면 되는 줄 알았어
가두고 돌아서면 잊혀 질줄 알았는데
움직임 보다 앞에서 막아 설 줄이야
정수리에서 아래로
명주실 한 올이 너를 향한 불가마 심지 인 것을
그리움으로 데이며 알았지
타 들어 가는대로 작정하고 따라가면 재가 된들 어떠랴
사랑이라고 작정하고 떼를 쓴다면 묶인들 속박이라 여겨지겠는가
그리 이름 지으면 쉽게 아주 쉬이 풀릴 일이지
몸서리치도록 보고플 일 인게야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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