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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 세상에서 주님을 찾아오는 이방인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1 조회수783 추천수5 반대(0) 신고
 
 
 
 
온 세상에서 주님을 찾아오는 이방인 - 윤경재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가거라.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 (마태 8,5-13)
 
 
 복음서에 백인대장이 등장하는 장면이 두 군데 있습니다.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에는 종의 병을 고치시는 장면에서 등장하고, 또 예수님께서 갈바리아 십자가위에서 숨을 거두실 때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천명하는 백인대장이 세 공관복음서에서 나옵니다. 아마도 같은 인물일 것입니다.
 
 루카복음서를 보면 이 백인대장은 이방인으로서 유대인을 사랑하고 회당도 지어준 인물입니다. 그래서 유대 원로들이 나서서 도와주길 간청했습니다. 그는 평소에 정의롭고 사랑이 넘치며 아랫사람들을 돌볼 줄 아는 성품을 지녔을 것입니다. 명령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군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성품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자기가 믿었던 정의가 훼손하는 일도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런 일을 수행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주님을 모실 자격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찾아뵙기에도 합당치 않다고 여겼습니다.
 
 이처럼 세상에는 그리스도를 알기 전에라도 그 행동가지가 선량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더러 그리스도를 몰랐다고 책망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 복음으로 증명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이방인들이 먼저 하늘나라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히십니다.
 
 그리고 교회는 미사 전례 중 영성체 시간에 백인대장이 언급했던 말을 본받아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비록 우리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인간의 본성이 선하고 또 그 선함을 실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닌 일종의 신앙인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종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참된 신앙인은 아닙니다. 종교인은 자칫 편 가르기를 하고 젠체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유혹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내가 이쪽 편에 들었으니 안심할 수 있다는 나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종교인은 자주 권력화한 힘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들어오셔서 먼저 겪으신 고난도 결국은 권력화한 종교 세력과 갈등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당시 종교인의 눈으로 보면 이단이고 저항세력의 우두머리였습니다.
 
 지난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김웅렬 토마스아퀴나스 신부님께서 강론하신 내용을 읽어 보면 종교인과 신앙인의 차이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분별하는 기준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며, 자신의 교만을 인정하고 은총 가운데 그것을 고치려고 애쓰는 것, 또 얼마나 영적인 열매를 맺느냐?”라고 하십니다. 이 강론 말씀을 읽으며 저도 여러 가지로 깊이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백인대장은 부족한 면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보인 자세는 신앙인이 본받아야 할 면이 많습니다. 주님께 보내는 무한한 신뢰가 첫째이고 자신의 처지를 알고 낮추는 겸손과 이웃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에게 보이는 사랑이 그것입니다.
 
 또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덕목은 예수님을 알아보는 통찰력입니다. 십자가 처형을 당한 죄수에게서 ‘하느님 아들’의 모습을 찾아내는 통찰력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옛말에 자기가 보는 대로 깨닫는다고 했습니다. 무엇의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찾아 나서는 대로 진실을 발견할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하느님을 찾아 나선 사람이었기에 예수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느님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끝내 그들은 하느님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느님을 찾는 분들에게 그분의 백성으로서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을 안겨주는 때가 잦습니다. 하느님을 찾아 교회에 오는 사람들은 우리가 종교인인지 신앙인인지 먼저 알아챕니다. 우리가 종교인 상태에 머문다면 그들은 실망하여 곧 교회를 떠나고 말 것입니다. 참된 신앙인이라야 그들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이제 그리스도 탄생을 경축하는 일은 온 지구 위에서 벌어집니다. 심지어 전쟁까지 휴전하기도 합니다. 대림 첫 주를 맞아 우리가 보여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오늘 복음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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