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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2 조회수731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윤경재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루카 10,21-24)
 
 
 어제 제가 올린 묵상글을 읽고 미국에 거주하시는 자매님께서 이런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누군가가 어려서 이민 오신 신부님께서 미사 강론 중에 하신 부정확한 발음과 단어 선택을 질책하며 익명의 항의편지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전체 강론 내용보다 지엽적인 것을 트집 삼는 이들이야말로 “자기가 보는 대로 깨닫는다.”라는 경구의 본보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오시어 사람들이 보고 듣지 못했고 깨닫지 못했던 하느님 나라를 가리켜 보이시려고 무던히 애 쓰셨습니다. 그러나 당시 종교 권력자들은 예수님의 뜻과 심정을 알려하지 않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습니다. 백성이 예수님 편에 물들까 염려하여 “온 백성을 위하여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예수님을 제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은 입으로만 하느님을 뵈려한 것이지 사실은 자기 뜻을 내세우는 데 더 관심을 두었던 것입니다.
 
 익명의 편지를 쓴 분도 어쩌면 잘 해보자는 뜻이 담겼겠지만, 그의 행동은 교회에 와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제를 곤경에 빠트려 자기만족을 얻자는데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도 얼마나 자주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모릅니다. 두세 명만 모이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험담하고 판단하려 드는 때가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자기가 쥐었다고 여기는 데에 위험성이 담겨 있습니다. 유혹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그 잣대로 우리도 판단당할 것입니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하느님 나라를 보고 들으려 했으나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느님께서 막으신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찾아 헤맸기 때문입니다. 번지수가 틀린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보려한다면 하느님 나라가 있는 곳에 가서 찾아야 합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장면 중에 이 대목이 으뜸입니다. 바로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는 것이 아버지의 뜻입니다. 다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듯 정의구현이 아버지의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여기에 매달려 쓸데없이 헤매고 있습니다.
 
 논어에서 공자님도 “사람들이 범하는 잘못은 각기 그 집단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 허물을 보는 것이 仁을 아는 것이다.”(子曰;人之過也,各於其黨.觀過,斯知仁矣)라고 하십니다. 즉, 자기 나름대로 편 가르기하고 판단하면 어짊의 경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공자께서 도덕을 강조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도덕주의는 어쩔 수 없이 편 가르기하게 마련입니다. 공자님을 오해한 후대 학자들 탓에 유학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시련을 겪게 되었습니다. 仁은 도덕주의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 어짊의 경지를 아우르되 넘어서는 세계입니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어디에 하느님 나라가 있는지 아직도 모른다면 그는 제 눈에 안경을 쓰고 빈 하늘만 쳐다보는 어리석은 자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놓치고 사는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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