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테러와의 전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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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용대 | 작성일2008-12-03 | 조회수551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훌륭한 시인을 많이 가진 나라가 결국 승리한다는 옛 말이 있다.
국민의 힘은 병력(兵力)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믿음, 도덕성, 상상력
그리고 시인들과 예술가들과 철학자들과 성직자들의 눈에 있다.
여태까지 이 말대로 된 적이 없었고 또 믿기도 힘들다.
지금 우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촌에 횡행(橫行)하는
테러와 무자비한 폭력과 싸움을 하고 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테러를 잠재우려면
더 많은 무기와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시인, 도덕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지만
도무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무척 실망스럽다.
미국의 여류 소설가 바바라 킹솔버(Babara Kingsolver, 1955- )는
『Small Wonder』라는 제목의 수필집에
현재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새로운 적(敵)은 사람도 아니고 장소도 아니고 나라도 아니다.
어떤 천연자원 같이 전세계에 퍼져 있는, 불과 같은 무시무시한 분노가 우리의 적(敵)이다.
나는 나의 영웅이 내 안에 자리잡고 박수갈채를 받을 때까지는
흥분하고는 있을지라도 제정신으로는 전쟁을 선포할 용기도 없으며
만화 책에 나오는 악한 같이 분노가 내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는 것을 안다.
우리 모두 죽을 힘을 다하여 분노를 가라 앉히려고 애쓰고 있는데
감히 누가 우리를 비난하겠는가? 우리 모두 분노를 가라 앉히는 방법을 안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몸에 전쟁을 선포하고 그 몸으로 숨쉬게 해야 한다.
스스로를 달래야 한다.
하느님의 소싯적부터 또 모든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람들 마음 속에 적개심(敵愾心)이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아라.”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적을 만났다.
무장한 민간의 테러단체가 기쁘게 목숨을 던져 봉사하는, 훨씬 더 강렬한 분노가
세계도처에 깔려 있으므로 그들을 죽일 수도 없다.
우리들이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민족간의 역사적인 오랜 반목이 만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목표가 되어 있다.
그들의 증오 때문에 우리들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증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증오에 가득 찬 그들을 죽이면 마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듯
훈련 받고 성전(聖戰)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증오를 배가(倍加)시킨다.
그들의 지도자를 죽이면 그들이 순교자나 영웅이 되면서
더 많은 새로운 순교자와 영웅을 만들게 한다.
이러한 테러를 막으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힘으로는 죽음도 불사하는 그들을 막을 수는 없다.
킹솔버가 지적한 대로 사람이나 나라나 종교가 적이 아니라 증오가 우리의 적이다.
증오만이 무자비한 살육(殺戮)을 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다.
증오 때문에 살인자가 순교자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킹솔버가 지적한 대로 우리들은 원인 제공자가 아니면서도 목표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우리들의 행위가
신의 이름으로 살육을 하는 그들의 증오를 만들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것도 아니며,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할 원인제공자가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을 몹시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왜 그러느냐고 묻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이러한 증오는 결코 총으로 물리칠 수는 없다.
우리들은 지금 군대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역병과 싸우고 있다.
마치 역병으로 죽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역병을 퍼뜨리는 것과 같은
그 역병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들이 병(病)에 걸렸을 때 병과 싸우지만
그 병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총이나 폭탄으로는 이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시(詩)와 상상력 그리고 종교를 초월한 비전만이 이 전쟁을 이길 수 있다.
킹솔버는 비전을 찾기 위하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이슨(Jason)과 아르고 선원들(the Argonauts)’의 이야기를 이용하고 있다.
제이슨은 용(龍)이 죽어 땅에 넘어지면 죽은 용의 이빨이
즉시 모두 새로운 무기가 되는 그런 무서운 용을 만난다.
이 때문에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적이 더 불어났다.
그는 불가항력(不可抗力)임을 깨닫는다. 마침내 그를 사랑하는 메데아(Medea)가 비밀을 가르쳐 준다.
“증오는 다른 사람이 결코 없애주지 못하며 스스로 잠재워야 한다.”
제이슨은 그녀의 충고를 받아 들여 칼을 버리고
적(敵)이 서로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신비스러운 바위를 던지는 방법을 찾아 낸다.
그 다음에는 메데아가 용을 온순하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을
잠자는 용의 입에 넣어 주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증오는 스스로 가라앉혀야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시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롤하이저 신부님의 칼럼에서)
어제 출판사의 사장과 인문학이 냉대를 받고 있는 우리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의 문제점에 대하여 말하였다.
특목고 출신들이 미국의 명문대에 가서 중도하차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에세이를 쓰지 못하고 창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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