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체험기] 농사짓는 어느 신부 이야기
교우들과 함께 농사를 지은 지 3년이 되었다.
전에 있던 본당에서 야콘이라고 하는 뿌리식물을 알게 되었는데,
참 매력이 있는 채소라 생각하여 나도 시골본당에 부임을 하면
내가 먹을 것은 직접 키워보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본당에 부임을 하고나서 보니 재정형편이 심각한 상태다.
일 년 예산을 보니 인건비, 공과금, 교납금 제외하고는 제대로 책정된 것을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아예 책정조차 못한 것이 부지기수다. 빵빵빵…….
그런데 본당에 부임을 하고나서 보니 재정형편이 심각한 상태다.
일 년 예산을 보니 인건비, 공과금, 교납금 제외하고는 제대로 책정된 것을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아예 책정조차 못한 것이 부지기수다. 빵빵빵…….
“어허, 이거 참. 예산 한 번 빵빵하네.”
어디 그뿐인가?
성당과 교육관, 유치원은 낡고 낡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그야말로 감감하다.
유치원은 겨우 두개 반을 운영하면서 정원 미달이고, 교우들은 1000여 명이 되지만
전출 대상자가 200명이다. 한때 3000명의 교우를 가진 본당이었지만,
공동화 현상으로 하나둘씩 떠나갔다.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시는 연로하신 분들만 남았고, 동네도 늘어나는 것은 빈집이요,
이사 오는 사람은 대부분 흰색, 빨간색, 태극기
그리고 끝에는 대나무를 매단 ‘깃발 꽂은 집’에 사는 사람이다.
성당 내 건물들의 증축과 보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생각해 낸 것이 겨우(?) 농사였다.
다행히 은인의 도움으로 밭 4000평과 논 3000평을 무상으로 5년 동안 빌리게 되었다.
농사 한 번 지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무모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국 ‘무식하면 용감한 법’ 쪽을 선택하였다.
빌린 밭을 구경하러 가니 이것은 밭이 아니라 갈대와 잡목이 무성한 들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과수원 했던 곳의 나무를 베어버리고 3년이나 방치를 했으니
두말하면 숨이 찰 지경이지.
사목회장님은 내 팔을 잡아끌며 “그냥 가시지요”를 연발했고,
나도 여기에서 무슨 농사를 짓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분의 도움으로 굴삭기를 빌려 나흘을 꼬박 긁어내니 제법 그럴듯해졌다.
그리고 트랙터로 갈아엎어 놓으니 훌륭한 황토밭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고생이라는 실타래를 풀어놓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이미 수확을 끝낸 사람처럼 기뻐하였다.
야콘을 심으려고 수소문을 하여 보니,
농사를 시작하려고 개인적으로 빌린 1000만원으로는 모종 값도 댈 수 없는 형편이다.
4000평에 심을 모종을 사고 나면 달랑 40만원이 남는데, 앞으로 들어갈 돈은 어떻게 하겠나?
또 농사라고는 배추 무 한포기도 심어본 적이 없으면서
망치면 교우들을 무슨 낯으로 보겠는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야콘은 시험 삼아 조금만 심고
‘보험’으로 농사짓기 가장 쉽다는 고구마를 심기로 하였다.
하지만 초짜한테 무엇이 쉽겠는가?
자나 깨나 고구마에 빠져 기도문에 나오는 ‘복음화’가 ‘고구마’로 들릴 지경이 되었지만,
정작 교우들과 함께 고구마 순을 심으러 농장으로 가는 날은 어떻게 심는지 조차 몰라
또 한 번 곤욕을 치러야 했다.
- 이원무 신부 (대전교구 논산대교동본당 주임)
|